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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장단 수시 인사 정착 성과 중심 경영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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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위기 상황에 즉각 사장급 인사를 투입하는 ‘상반기 수시 인사’를 경영 현장의 뉴노멀로 정착시키고 있다. 사업 부진이나 전략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매년 12월 초 단행하는 정기 사장단 인사 시점이 아니라도 언제든 수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기조다. 삼성 임원들 사이에서는 상반기에도 방심할 수 없다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4일 이원진 글로벌마케팅실장을 신임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사장으로 선임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중국 기업의 추격과 수요 둔화로 위기에 직면한 TV 사업의 소방수 역할을 맡기기 위한 조치다. 구글 출신 마케팅·플랫폼 전문가인 이 사장이 TV 사업의 수익 구조 대전환이라는 특명을 받은 셈이다.

이 사장의 전면 배치는 삼성전자 TV 전략이 ‘하드웨어 판매’에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OS를 기반으로 한 ‘삼성 TV 플러스’ 등 콘텐츠와 광고 수익을 극대화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VD사업부장을 맡으면서 서비스비즈니스팀장까지 겸임해 조직의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 같은 파격적인 수시 인사는 2024년 5월 전영현 부회장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으로 돌아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지며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정기 인사를 기다리는 대신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전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해 기술 경쟁력 복원에 나섰다.

수시 인사의 효과는 실적으로 증명됐다. 돌아온 전 부회장은 HBM4 세계 최초 양산 등 초격차 전략을 지휘하며 반도체 사업의 조기 부활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026년 1분기 81조7000억원, 영업이익 53조7000억원으로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6.1% 급증한 수치다.
수시 인사를 통한 혁신은 모바일 사업으로도 확산됐다. 삼성전자는 2025년 3월 갤럭시 S25 시리즈의 흥행을 이끈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최 사장은 1970년생으로 퀄컴 출신의 칩셋 설계 전문가다. 구글·퀄컴과의 협력을 주도하며 ‘갤럭시 AI’ 스마트폰의 성공적 안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인사철이 아닌 상반기에 사장 직함을 달았다.

이어 그해 4월에는 디자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을 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영입했다. 3M과 펩시코에서 CDO를 역임한 세계적 디자이너를 외국인 최초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삼성의 인사 혈통주의를 깨는 파격적인 수혈 사례다. 이 회장이 강조해온 ‘특급 인재 영입’의 실천 사례로 꼽힌다.
이런 ‘365일 상시 인사’ 기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강력한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임원 대상 교육에서 “성과에는 확실하게 보상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신상필벌이 우리의 오랜 원칙이다”라며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기 인사의 틀에 갇히지 말고 실무 중심으로 조직을 끊임없이 재정비하라는 주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능력과 성과에 따라 우수 인재를 연중 승진시키는 수시 인사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적기 적소에 인재를 배치해 의사결정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속도 경영’ 철학을 투영한 결과다.

재계 관계자는 “1년 내내 사장단 인사가 가동되는 상시 인사 체제는 삼성 경영진과 임원들에게 ‘성과 없이는 자리도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조직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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