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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판매 1위 중국차, 일본 제치고 세계 1위 기록
데일리안지난해 세계 신차 판매 日 제치고 1위…유럽수출 100만대 돌파
전기차 등 친환경차 성장세 가파르고 가격 경쟁력 뛰어난 덕분
내수 한계에 이르고 EU 등에 車수출여건 악화된 올해가 시험대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지난달 영국 시장에서 미국의 포드, 일본의 닛산, 독일의 폴크스바겐(폭스바겐)과 같은 쟁쟁한 자동차 대기업을 꺾고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했다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 산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GT)가 지난 13일 보도했다. GT는 “같은 기간 중국 자동차 브랜드는 영국 신차 판매의 15%를 차지했는데 5년 전 1.3%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이상 대도약한 것”이라며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레인지로버의 저가형 대안 모델이 인기를 끈 게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에서 월간 판매 1위에 오른 자동차 브랜드는 중국 치루이(奇瑞)자동차그룹 산하 제쿠(傑酷·Jaecoo)의 중형 SUV 모델 '제쿠 7'이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1만 64대가 팔리며 기존 인기모델인 포드 퓨마와 닛산 캐시카이, 기아 스포티지 등의 판매량을 모두 앞섰다. 지난해 영국에 출시된 '제쿠 7'는 최저가격 3만 1000파운드(약 6200만원)로 동급보다 저렴하게 팔린다.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영국 판매가격이 4만 4000파운드부터 시작한다.
고급 SUV 레인지로버의 중국산 저가형 대안 모델이란 뜻에서 ‘톄무(Temu) 레인지로버’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조롱이라기보다 그만큼 가성비가 좋다는 얘기다. 마이크 호스 영국 자동차제조판매협회(SMMT)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자동차 시장은 매우 개방적인 데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빠르게 움직여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제공한 점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유럽 수출 규모 사상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어섰다. 유럽자동차제조자협회(ACEA)에 따르면 2025년 유럽연합(EU)이 수입한 중국산 자동차는 전년보다 30.7% 증가한 100만 6000대로 집계됐다. 이에 비해 수입액은 전년보다 4% 증가한 137억 유로(약 23조 8000억원)에 그쳤다. 저가 차량 수출 물량이 늘었다는 뜻이다.

이달 초 열린 태국 방콕 오토쇼에서 비야디는 일본 도요타를 처음으로 제치고 가장 많은 주문을 확보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에 따라 비야디는 올해 수출 목표치를 당초 130만대에서 15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비해 유럽 자동차의 중국 내 입지는 크게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EU의 대중(對中) 승용차 수출액은 43%나 급감한 83억 유로였고, 수출 물량도 42.8% 줄어든 15만 9743대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 완성차 업체의 지난해 글로벌 신차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 업체를 물리치고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업체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전년보다 10%가량 늘어난 2700만대를 팔았다. 지난해 판매량이 소폭 줄며 2500만대에 그친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제쳤다. 각 업체 발표와 S&P글로벌모빌리티, 마크라인즈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니혼게이자이가 추산한 결과다. 일본이 1위를 내준 것은 2000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업체별로 보면 세계 판매량 순위 상위 20곳 중 중국 업체가 6곳으로 일본 업체(5곳)를 제치고 가장 많다. 중국 업체 중 1위인 비야디는 8% 증가한 460만대로 글로벌 6위에 올랐다. 혼다(9위·352만대), 닛산(11위·320만대) 등 일본 업체는 물론 미국 ‘빅3’ 중 하나인 포드(7위·439만대)까지 제쳤다. 비야디는 전기차만 놓고 보면 미 테슬라를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일본 2위인 혼다는 8% 감소한 352만대로 세계 순위에서는 한 계단 하락한 9위에 그쳤다. 판매 감소율은 상위 20곳 중 가장 컸다. 혼다는 전기차 관련 손실, 중국 시장 부진 등의 영향으로 2025회계연도에 상장 후 처음으로 최대 6900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부진에 시달리는 일본 닛산은 4% 줄어든 320만대를 기록하며 22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세계 최대 완성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는 5% 늘어난 1132만대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그나마 자존심을 지켰다. 독일 폭스바겐이 898만대, 현대자동차·기아차가 727만대로 뒤를 이었다. 도요타가 나라 체면을 세웠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셈이어서 일본 자동차 산업의 고민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약진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성장세가 두드러진 덕분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야디는 2025년 순수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27.9% 증가한 225만 6714대를 기록했다. 더욱이 수직계열화라는 핵심 전략을 활용, 가격경쟁력을 극대화해 동남아·중남미 등 신흥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다 9분 만에 사실상 완충이 가능한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를 공개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경쟁이 치열한 중국 시장을 피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 글로벌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일본차의 텃밭이었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시장에서 중국차는 올해 전년보다 49% 증가한 50만대를 판매할 전망이다. 일본차는 5년 전까지만 해도 태국 내 점유율 90%를 자랑했지만, 올해는 69%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도 올해 중국차는 7% 증가한 230만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대상이 아닌 하이브리드차 수출 비율을 급속히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주요국이 중국차에 대항하기 위해 관세나 새 규제로 장벽을 세우면서 자국 기업을 지키는 보호주의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와 휘발유를 같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하며 전기차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후발 주자다. 세계적인 엔진 기술을 보유한 혼다의 경우 전기차 시장 성장 가능성을 평가절하했다. 전기차 전환 전략이 실패하는 바람에 지난해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최대 6900억 엔 적자가 예상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혼다 상장 이후 69년 만의 첫 연간 적자다.

이에 따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생산 기지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저장지리는 올해 1월 2030년까지 세계 판매를 65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해외 판매 비중을 3분의 1 이상으로 높이고 주력 전기 SUV ‘EX5’ 등을 전 세계에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가들은 일본을 제친 올해가 중국 자동차 산업에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시장이 한계에 도달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계속해서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부과를 강조하는 와중에 현재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를 확정하며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후카오 산시로 일본 이토추종합연구소 수석 주임 연구원은 "중국 자동차 기세가 이어질지는 유럽과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개척하느냐에 달렸다"며 "자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능력이 1위 수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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