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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웹하드 해외 영상물 단속, 불법 유통과 이념 통제
아주경제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쿼크에서 유통되던 다수의 해외 영화·드라마 공유 링크가 일제히 삭제되고, 관련 업데이트도 중단됐다. 16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웹하드 해외 영화·TV 콘텐츠 배포 금지’가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중국내 웹하드는 그동안 ‘해외 영상 콘텐츠 불법 복제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다. 검열 등으로 중국 내 정식 방영이 어려운 작품이 많다 보니,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드라마의 피난처’로도 불렸다. 해외 신작 드라마나 영화가 올라오면 웨이보 등에서는 '求k(추케이)'라는 은어가 널리 쓰였는데, ‘k’는 쿼크 웹하드를 뜻하는 말로 해당 콘텐츠의 공유 링크를 요청한다는 의미다.
최근 중국 당국은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5월 국가판권국 등 관계 부처는 ‘젠왕(劍網) 2025’ 캠페인을 통해 온라인 불법 복제물 유통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저작권 문제를 넘어선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 콘텐츠도 함께 솎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사회과학원 법률연구소는 올해 초 보고서를 통해 음란·폭력·테러 요소를 담은 해외 영상물과 불법 복제 콘텐츠가 클라우드 저장소와 브라우저 등을 통해 대규모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콘텐츠가 “사회 주류 가치와 문화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국가의 문화·이데올로기 안보를 위협한다”고 꼬집었다.
해당 보고서의 저자인 저우후이 연구원은 “일부 해외 영화·드라마가 서사 구조와 인물, 역사 묘사에서 편향된 시각을 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부정적 국가 이미지와 제도 인식을 확산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 드라마 ‘북극성’에서 "중국은 왜 전쟁을 선호할까요. 핵폭탄이 접경 지대에 떨어질 수도 있는데”라는 대사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논란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번 쿼크 단속 역시 불법 복제와 유해 콘텐츠 차단뿐 아니라, 당국이 용인하지 않는 해외 콘텐츠를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공식적으로 수입돼 합법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해외 콘텐츠가 제한적이어서 대중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사람들이 해외 영화·드라마를 찾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실제 중국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가 공식 서비스되지 않는 대신, 텐센트비디오, 아이치이 등 현지 플랫폼이 꽉 잡고 있다. 게다가 법적으로 OTT의 해외 콘텐츠 비중을 30% 이하로 제한하고, 엄격한 사전 검열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외국 콘텐츠 전반을 제한하는 ‘한외령(限外令)’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외령이 사라지지 않는 한 중국 누리꾼들은 제2, 제3의 쿼크로 갈아타며 계속해서 해외 콘텐츠를 불법 소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소카대 린다웨이 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를 통해 "플랫폼과 이용자, 당국 간 '쫓고 쫓기는 게임'이 지속될 것"이라며 “한쪽은 콘텐츠를 암호화하고 우회·확산하려 하고, 다른 한쪽은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며 콘텐츠 유통을 통제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