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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2주기 안산 기억식 거행 대통령 첫 참석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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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윤호 인턴기자】 4·16기억교실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공간처럼 보였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교실의 흔적을 옮겨 복원한 이곳에는 학생들이 쓰던 책상과 의자, 칠판과 게시판, 문과 창틀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달라진 것은 수학여행을 앞두고 들떴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목소리가 더는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봄은 해마다 돌아오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 교실만 여전히 12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칠판에는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들을 수 없는 대답을 기다리며 누군가는 여전히 그 이름을 소리 없이 부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인 이날 기억교실을 찾은 시민들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교실 의자에 앉아 아이들에게 편지를 남기는 이도 있었고 문 앞에서 한참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4·16기억교실 단원고 2학년 4반을 찾은 김모(28)씨는 “친하게 지냈던 고등학교 연극부 후배들이라 매년 이날이면 기억교실을 찾고 있다”며 “함께했던 추억이 많아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힘들 때일수록 더 자주 떠오른다”며 “이곳에 방문해 가끔은 푸념을 털어놓기도 하고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소식을 전하러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세영(34)씨는 3년 전부터 꾸준히 4·16기억교실의 2학년 1반, 2반, 6반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수습자 학생들에게 편지를 남기고 있다. 김씨는 “4월 16일은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하다”며 “내가 태어날 수 있었던 그날처럼 아이들도 새로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4·16기억교실이 그날을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보여줬다면 이날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남긴 과제를 해결하고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게 하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16일 오후 3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는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기억식은 4·16재단이 주최했고 이재명 대통령, 유가족, 재난 참사 피해자, 우원식 국회의장 등 국회의원, 시민 등 18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사전 기억공연, 추도사, 기억영상 상영, 기억편지, 기억공연 순으로 진행됐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기억식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그 절절한 기록을 하나하나 남기며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한다”며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했다.

주최 측은 추모를 넘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에 대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16재단 박승렬 이사장은 “아직 가야 할 일이 길이 남아 있다”며 세월호 참사가 남긴 과제들이 아직 해결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장은 “참사 당일의 대통령 기록물을 비롯한 정보기관과 국가의 기록물은 아직 온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또 생명안전기본법이 더 이상 미뤄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에서 왔다는 손혜령(30)씨는 “또래 친구들이 희생된 사건이라 마음이 쓰여 기억식에 참여하게 됐다”며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역대 처음으로 대통령이 참석해 유가족을 위로한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참석한 이유를 밝혔다.

2014년부터 세월호 관련 시민운동을 해온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산시민모임’ 장윤정(55) 대표는 “참사 당시 제 아이들이 고1, 중2였다. 우리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며 “이런 사회적 참사 없이 누구나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억교실과 기억식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하루를 붙들고 있다. 교실은 멈춰 선 시간을 보여줬고 기억식은 그 시간을 현재의 약속으로 바꾸려는 자리였다. 세월호 12주기의 안산은 그렇게 멈춘 공간과 기억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을 함께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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