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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국적선 26척 고립, 특사 급파에도 통항 재개 불투명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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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 급파 이어 선박 정보 전달…이란 물밑 접촉

대응 수위 높였지만 실제 통항 재개 성과 안보여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발이 묶인 한국 선박 26척이 아직 통항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의 통행 통제와 통행료 압박, 미국의 대(對)이란 원유 수출·전쟁 물자 보급로 차단 조치가 맞물리면서 우리 선박의 통항 정상화는 더 불투명해졌다. 정부의 외교 부담도 한층 가중됐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관계 부처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 통항 재개를 이끌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해협 봉쇄는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말부터 지속되고 있다.

통항 재개가 '탈출' '구출'에 비유될 만큼 상황이 악화되면서, 해협 안쪽에 고립된 우리 선원들의 안전 역시 장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외교부는 지난주 후반 정병하 장관 특사를 이란에 급파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정 특사가 이란 측 고위 인사들과 접촉해 중동 정세를 논의하고, 우리 국민과 선박·선원의 안전 및 선박의 통항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해협에 묶인 국적선 26척의 통항 문제 협의를 위해 선박 정보를 이란 정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항행 자유'가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외교 채널을 통한 국제 공조에 무게를 뒀다. 다만 통항 문제는 원칙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정부는 우리 선박 문제와 관련해 이란과 별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이란이 지난 7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2주 휴전에 들어가면서 정부도 이란과의 개별 협의 필요성을 더 크게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휴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양국의 종전 협상도 결렬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란과의 협의가 실제 우리 선박의 통항 재개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 정부가 당장 손을 내밀 수 있는 창구는 이란이지만, 호르무즈 통항 재개의 열쇠가 이란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도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선박 안전 차원에서 유관국들에게 선박 정보를 제공했다"면서도 유관국에 대해 명시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구체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이란에 총 50만달러(약 7억4000만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중동 피해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 요청을 감안, 글로벌 책임 강국을 지향하는 우리 정부는 동 지역의 인도적 상황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결정이 이란과 협의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선박 통항 문제의 직접적 해법으로 작용할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미국은 예정대로 미 동부시간 1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13일 오후 11시)에 호르무즈 해협 해상 봉쇄를 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 해군은 이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15척 이상의 군함을 해당 지역에 배치했다. 봉쇄 직후 일부 선박이 해협 진입을 시도하다가 유턴·회항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이후 미국 제재 대상 중국 소유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사례도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전 세계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이란 간 패권 경쟁은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11~1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핵 프로그램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결렬됐다.

2주 간 휴전 기한이 21일(미 동부시간) 종료되는 가운데, 양국이 그 전에 2차 대면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은 공이 이란에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역봉쇄에 나섰지만 양국 간 호르무즈 해상 무력 충돌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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