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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탄 그네 밀어줬다가 2억 가까운 돈을 물어주게 된 사람
위키트리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청주지법 민사3단독 김현룡 부장판사는 A(20대)씨가 친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청구액 2억1700여만 원 중 1억96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B씨는 2020년 12월 4일 청주의 한 놀이터에서 A씨가 탄 그네를 4차례 세게 밀었다. A씨는 그넷줄을 놓치며 공중에서 추락해 허리에 전치 32주의 중상을 입었고, 치료 후에도 영구적인 후유증을 앓게 됐다. 재판부는 "B씨는 A씨가 다쳐도 상관없다는 듯 비상식적으로 세게 그네를 밀었다"며 "A씨의 노동능력 상실률 22%와 치료비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도 그네를 세게 밀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그넷줄을 단단히 잡지 않은 과실이 있어 10% 정도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B씨는 이 사건과 관련해 과실치상 혐의로 약식 기소돼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친구나 지인 사이의 일상적인 행위가 중상으로 이어져 형사상 또는 민사상 책임을 지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24년 2월 학원 수업을 마친 뒤 주차장에서 장난으로 던진 눈뭉치 하나가 학원 친구를 하반신 마비로 만든 사건이 형사 법정에 섰다. 가해 학생은 학원 수업이 끝난 자정 무렵 학원과 연결된 지상 주차장에서 학원 친구에게 바닥에 쌓인 눈을 뭉쳐 던졌다. 피해 학생은 눈을 막으려 우산을 펼친 채 뒷걸음질 치다가 주차장 난간에 다리가 걸려 3m 아래로 추락했다. 두 다리를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고 두 팔도 부분적으로 마비되는 심각한 지체기능 장애를 입었다. 가해 학생 측은 단순한 장난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서울고법 형사11-2부는 2심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뭉친 눈을 던져 상대방이 뒷걸음치게 만든 행위 자체가 폭행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폭행치상죄를 인정하고, 1심의 벌금 500만 원을 깨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에는 2023년 10월 부산의 한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친구 얼굴에 돌을 던진 초등학생과 그 부모가 피해 학생 측에 22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가해 학생이 왼쪽 눈 아래와 뺨, 코 아래에 상처를 냈고 일부 흉터는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병원 소견을 토대로 책임을 인정했다. 가해 학생 측 변호인은 만 9세에 불과해 책임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사건 이후 가해 학생이 학교폭력위원회에 갈 것 같다고 울먹였다는 목격자 진술을 근거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인식할 능력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가해 학생에게 1800만 원, 부모에게 각각 200만 원씩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법원 판례에는 고교 1학년 씨름부 학생들이 씨름연습장에서 장난삼아 동료 학생을 집어 던져 척추손상 등의 상해를 입힌 사안도 기록돼 있다. 이 사건 역시 가해자들의 분별능력과 성행,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 여부를 판단한 사례로, 친구 간 신체 접촉이 수반된 장난이 중상해로 이어진 구조가 이번 그네 사건과 유사하다.
이들 판결에 공통적으로 적용된 법리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이다. 친구 사이의 장난이었더라도 상대방이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고, 비상식적이거나 일방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과실이 인정된다. 피해자에게 일부 부주의가 있었더라도 과실상계를 통해 배상액에서 일정 비율만 차감될 뿐, 가해자의 책임 자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