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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오늘 파키스탄서 종전협상…개시 전부터 신경전
아시아투데이JD 밴스 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로 떠난 가운데 아직 협상이 시작되는 시간은 공지되지 않은 상태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등으로 구성된 이란 대표단도 이슬라마마바드에 도착했다.
양국은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밴스 미국 부통령은 긍정적 협상을 기대한다면서도 '장난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밴스 부통령의 출발에 맞춰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란 측 갈리바프 의장도 밴스 부통령 전용기가 이륙한 후 엑스에 글을 올려 레바논 휴전과 이란 동결자산 해제를 협상 개최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협상이 깨질 수 있다는 의사를 표한 것이다.
예정대로 11일 중 협상이 열리면 중대 쟁점들을 두고 양측의 강도 높은 기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대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으로, 휴전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다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하루 통행량을 제한하고 통행료 징수를 구체화하는 등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경색 문제를 해결해 유가 안정을 이끌지 못할 경우 실패한 협상이라느 평가를 피할 수 없다. 또 당초 전쟁 개시의 명분이 이란의 핵 위협이었던 만큼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함께 이란의 핵무기 보유 원천봉쇄라는 성과까지 함께 도출해야 한다.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처리와 농축권 유지 요구 등에 있어 얼마나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넘어서는 합의를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JCPO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도를 3.67%로 제한하고 이미 보유하던 고농축 우라늄은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로 반출하거나 저농축 우라늄 수준으로 희석하기로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란은 이번 협상에 앞서 '이란에 대한 침략 완전 종식', '중동 주둔 미군 철수', '대이란 제재 완전 해제', '우라늄 농축도 협상과 농축권 인정', '투자 펀드 조성을 통한 전쟁 피해 배상' 등 10개항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입장과는 거리가 크고, 미군 철수 등은 미국이 수용 불가한 내용이다.
휴전의 범위나 종전 협상 의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정확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11일 협상이 개시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다만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 전쟁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11월 중간선거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 전략적 입지 강화를 노리는 이란 정권 모두 이번 협상이 필요한 만큼 초반부터 판을 엎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국 입장 차가 상당한 만큼 휴전을 연장하고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 불발 시 대안(back-up plan)'에 대해 "필요 없다"며 이란의 군대와 무기, 무기 제조 능력을 모두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협상단에 참여하는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에 대해 "그들은 훌륭한 팀이다. 그들은 내일 만난다"며 "모든 게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협상 목표에 대해서는 "핵무기 금지가 첫째이다. 이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그걸 기준으로 삼은 적이 없다"며 "핵무기 금지가 우리(목표)의 99%"라고 말했다.
협상 결렬 시 고강도 군사행동에 나설 것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일간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와 관련해 "우리는 재정비(reset)를 진행 중"이라며 "함선에 최고의 탄약,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무기를 싣고 있다. 우리가 완전한 궤멸을 하는 데 썼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사용할 것이며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협상에 앞서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에 계속 병력을 보충하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항공기 추적 데이터와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 제트 전투기와 공격기가 최근 중동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는 며칠 내로 육군 정예 제82공수사단 병력 1500∼2000명이 추가로 도착할 수 있다고 말했고, 해군 당국자는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와 동반 군함들은 지난달 말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중동으로 배치를 시작했으며 현재 대서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 정보 당국은 이란이 아직 수천 개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하에 있는 발사대를 꺼내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WSJ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공개적인 주장과는 다른 내용으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주 이란의 미사일 역량에 대해 "근본적으로 파괴됐다"며 이란의 미사일과 발사대가 "소진됐고, 크게 약화됐으며, 거의 완전히 무력해졌다"고 말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도 휴전 다음 날인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방위산업 기반이 산산조각 났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의 군대는 격퇴됐고 사라졌다"며 "그들이 가진 미사일은 매우 적고, 그들의 제조역량도 매우 적다"고 말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당국자들이 절반 이상이 파괴됐거나 손상됐고 지하에 파묻혔다고 하는 미사일 발사대 다수는 수리가 가능하거나 지하 시설에서 다시 파내 사용할 수 있다. 이란의 미사일 재고량도 이번 전쟁을 통해 약 절반으로 줄었지만, 은신처와 지하 시설에 수천 개의 단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보관돼 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란이 전쟁 시작 당시 중거리 탄도미사일 약 2500개를 보유했으며, 여전히 1000개가 넘는다고 추정했다.
미 당국자들은 무인기(드론)과 관련해서도 이란이 드론 다수를 전쟁에서 사용하고 이란의 무기 생산시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피해를 보면서 이란이 보유한 드론이 절반 이하로 줄었으나, 이란은 러시아에서 유사한 드론을 조달해 공격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출신인 케네스 폴락 중동연구소 정책부회장은 "이란은 그들의 전력을 신속하게 혁신하고 재건하는 데 있어서 놀랄 만한 능력을 보여줬다"며 "이란은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 국가 대부분의 군대보다 훨씬 더 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란이 방위산업을 복원하는 속도는 러시아와 중국에서 어떤 지원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역량을 완전히 파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상군 투입 없이 공습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1991년 이라크와 싸울 당시에는 이라크 군의 이동식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를 파괴하기 위해 항공력만 사용하지 않고, 동맹인 영국과 함께 특수부대를 이라크로 보냈다고 WSJ은 설명했다. 또 이란의 미사일 시설은 깊은 산속 지하에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발사대가 드나드는 지하 갱도 입구를 붕괴하는 데 공습을 집중했지만, 지하 시설 자체를 파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