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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문화축전 25일 개막, 5대궁·종묘 9일간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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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7일 서울 한국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유산이 일상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궁궐은 당대 최고의 기술과 예술이 집대성된 종합 예술 무대이자 결국 국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경복궁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젊은 층과 외국인의 관심을 축제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올해 봄 축전의 주제는 '궁, 예술을 깨우다'.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궁궐별 예술 특화 프로그램들이 준비됐다. 오는 24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리는 개막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개막제에서는 '궁, 예술을 깨우다 - 하이퍼 팔래스(Hyper Palace)'를 주제로 현대적 감각과 궁중의 아름다움이 만나는 공연을 선보인다. 국립무용단의 '몽유도원무'를 시작으로 래퍼 우원재,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의 '강강술래', 국악 EDM이 어우러진 한복 패션쇼 등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진다. 또한 무용가 최호종,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 소리꾼 최예림과 어린이 합창단, 댄서 아이키와 훅(HOOK) 팀의 화려한 공연도 만나볼 수 있다.

양 감독은
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축제는 5대 궁의 특색에 맞춰 세밀하게 설계됐다.
우선
경복궁
에서는 조선시대의 삶과 현대 기술이 어우러진 체험이 가득하다. △궁중의 일상을 직접 재현하는 '경복궁, 시간여행' △조선시대 신입 관리가 되어 궁중 문화를 배우는 '궁중 새내기' △어린이 궁중문화축전 △전통 공예를 만나는 'K-헤리티지(K-heritage) 마켓' 등이 열린다. 특히 악사와 함께 경회루를 둘러보는 나들이와 인공지능(AI) 기술로 궁궐 안전 영상을 만들어 보는 참여형 캠페인 '궁궐 수호가'도 눈길을 끈다.
창경궁
은 궁궐의 정취와 예술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됐다. △궁중 여성들의 장신구와 포장 문화를 살펴보는 '왕비의 취향' △정조가 독서를 즐기던 영춘헌에서 책을 읽는 '영춘헌, 봄의 서재'가 운영된다. 밤에는 춘당지 일대에서 아름다운 조명과 영상이 어우러진 미디어 아트 '물빛연화'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축제의 대미는
종묘
에서 장식한다. 오는 28~30일까지 종묘 정전에서는 '종묘제례악 야간공연'이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을 예정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에 맞춰 연주와 노래, 춤이 결합한 고품격 종합 예술의 진수를 선보인다.

에서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창덕궁의 아침 풍경을 감상하는 '아침 궁을 깨우다' 산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전 예약을 마친 약 480명의 참가자는 가이드와 함께 금천교를 출발해 인정전, 대조전, 부용지 등을 조용히 둘러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번 프로그램의 해설을 맡은 건축가 성상우는 창덕궁만의 매력을 강조했다. 그는 "인적 드문 시간에 궁궐을 산책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창덕궁은 경복궁과 구조는 비슷하지만, 건물들이 꺾인 각도가 많아 걸음마다 색다른 장면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후원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부용지의 아름다움이 투어의 즐거움을 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창덕궁 곳곳에서는 역사와 음악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행사도 열린다. 관람객들은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마흔 살 생일을 기념해 연회를 준비하던 과정을 배울 수 있는 '효명세자와 달의 춤'을 비롯해, 전통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고궁음악회' 등이 마련됐다.
축제의 백미인 '100인의 태평지악' 공연도 기대를 모은다. 창덕궁 인정전을 배경으로 이화여대 교수와 학생 등 100명의 연주자가 수제천, 태평가, 아리랑 등 깊이 있는 국악 공연을 펼치며 고궁의 밤을 수놓을 예정이다.


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3일까지 특별한 미식 토크쇼인 '황제의 식탁'이 열린다. 이 프로그램은 1905년 미국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인 앨리스 루스벨트가 대한제국을 방문했을 당시의 오찬 메뉴를 토대로, 당시의 외교 문화와 궁중 음식을 함께 체험해보는 자리다.
현장에서는 조선왕조궁중음식 이수자인 이소영 궁중음식연구원 실장이 상궁 역할을 맡아 외국인 관람객들에게 우리 전통 음식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이 실장은 올해 행사를 준비하며 "외국인 입맛에 맞춰 양념을 바꾸기보다 전수받은 전통 방식 그대로를 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행사에서 간장으로 담근 장김치를 국물까지 비우는 외국인들을 보며 우리 음식에 대한 깊은 관심을 느꼈다"며 특히 육류와 어류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건강식인 '장김치'를 꼭 알리고 싶은 메뉴로 꼽았다.
대한제국의 외교와 미식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황제의 식탁'은 하루 2회씩 총 6회에 걸쳐 진행되며, 회당 약 1시간 20분 동안 운영된다.


3년 연속 '경복궁 시간여행' 연출을 맡은 송재성 감독은 올해 행사의 변화를 강조했다. 송 감독은 "기존에는 세종대왕의 업적과 일대기를 따라가는 구조였다면 올해는 궁궐에서 활동했던 예술인들의 일상에 주목했다"며 "관객들이 우리 유산을 과거의 기록이 아닌, 살아있는 현재의 시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축제 기간에는 전용 관람권인 '궁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 5대 궁과 종묘를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는 이 패스는 특별히 향낭(향주머니)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3000명에게 선착순으로 한정 판매된다.
박제된 역사를 넘어 현대인의 눈높이에서 다시 쓰이는 고궁의 기록들. 이번 축전이 선사할 9일간의 여정은 낡은 유산이 아닌, 우리가 내일도 함께 누려야 할 살아있는 보물의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 개막제 개최 장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