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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주 에어건 폭행, 맹장 아닌 직장천공 확인
위키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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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인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진 충격적인 폭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공장 대표의 해명이 의료 기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해프닝이나 ‘장난’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의 중대한 신체 손상이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 자체가 무겁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건은 도금 공장을 운영하는 대표 이 모 씨가 노동자의 신체에 에어건으로 고압 공기를 주입해 장기를 손상시킨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알려졌다. 피해자는 심각한 복부 손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행위는 인체 내부에 강한 압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신체 조직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맹장이 터진 것”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JTBC 취재진과의 접촉에서도 “당일 피해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했다. 현장에서는 주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상황을 확인하라며 다그치는 모습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장 내부에는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CCTV가 없어, 객관적인 영상 증거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취재진이 입수한 병원 의무기록은 이 같은 해명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진은 피해자의 상태를 ‘외상성 직장천공’으로 진단했다. 이는 외부에서 가해진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직장 벽이 찢어지거나 뚫린 상태를 의미한다. 단순한 소화기 질환이나 자연적인 염증으로 발생하는 경우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손상 유형이다.
장 천공은 의학적으로 매우 위중한 상태로 분류된다. 장벽에 구멍이 생기면 내부에 있던 내용물이 복강으로 유출되면서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를 ‘복막염’이라고 한다. 복막염은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패혈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이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의료 기록에서도 피해자의 복막염이 기존 질환이 아닌 장 파열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손상 위치 역시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한다. 피해자의 장 파열 부위는 항문과 가까운 직장 하부로 확인됐는데, 이는 소장과 연결된 맹장이 위치한 복부 오른쪽 아래와는 전혀 다른 부위다. 즉 ‘맹장이 터졌다’는 설명으로는 현재 확인된 손상 위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러한 점에서 의료적 소견은 외부 충격에 의한 손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압 공기를 이용한 신체 손상이 일반적인 타박상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과 달리 내부에서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장기 파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내부 손상은 매우 심각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늦어질 위험도 크다.

경찰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이 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특수상해 등 더 무거운 혐의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피해자의 진술과 의료 기록, 현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만간 이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구체적인 행위 경위와 고의성 여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특히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중대한 만큼, 단순 폭행을 넘어선 중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산업 현장에서의 안전 문제를 넘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보호 문제를 다시 환기시키고 있다. 취약한 지위에 놓인 노동자가 폭력에 노출될 경우 이를 입증하고 대응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호 장치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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