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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폭등에 포장재 대란, 유통 외식업 공급망 비상
IT조선
호르무즈해협 봉쇄 여파로 원유를 포함한 중동산 나프타 수입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망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료 수급이 막히자 여천NCC는 일부 제품에 대해 공급 불가를 선언했고, LG화학은 여수 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도 예정된 대정비 일정을 앞당기며 생산을 멈추는 등 업계 전반으로 감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공장 가동 중단 및 감산은 가장 먼저 소상공인 중심의 외식업 현장에서 체감되고 있다. 배달과 포장에 필수적인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봉투 가격이 일주일 새 많게는 30% 이상 상승했고, 일부 품목은 아예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포장 비닐 가격은 일주일 새 1000장 기준 6만원에서 11만7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일부 품목은 공급 제한까지 겹치며 사실상 ‘견적가 시장’으로 전환됐다.
배달용기 가격은 최근 20~30%가량 인상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재고 부족으로 품절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소상공인들은 약 1000원 수준의 포장 용기 비용을 별도로 받거나, 개인 용기를 지참한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자구책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배달의민족은 ‘배민상회’를 통해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용기 등 주요 포장재를 제조사와 협업해 긴급 확보, 시중가 대비 할인 공급하고 최소 4~6주치 사전 확보를 권고하고 있다. 또한 포장재 수급 상황을 ‘심각’과 ‘주의’ 단계로 구분해 안내하는 등 플랫폼 차원의 대응을 강화했다. 쿠팡이츠는 전통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친환경 봉투 약 60만개를 선제 지원했다. 전통시장 매장을 대상으로 포장서비스 중개이용료 무료 프로모션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포장재를 생산하는 중소 제조업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원재료 가격 급등에도 납품 단가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 탓에 마진이 급격히 줄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생산량 축소나 가동 중단까지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 수요 증가가 아닌 ‘원료 공급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코로나19 당시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생활 필수품인 종량제 봉투 수급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원료인 폴리에틸렌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조 단가가 상승했지만, 지자체 계약 단가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공급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단가 조정과 지자체 간 재고 공유 등을 통해 수급 안정화에 나섰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품절과 사재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접착제(본드) 업계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산업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제조사들은 공급 물량을 줄이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전자·자동차·화장품·식품 포장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접착제는 대부분의 제조 공정에 쓰이는 필수 소재”라며 “공급이 막히면 연쇄적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지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라스틱 대체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종이 기반 포장재를 앞세워 공급 안정성과 친환경성을 강조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깨끗한나라, 한솔제지 등은 공급 체계 강화에 나섰고, 유한킴벌리는 생산과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나프타발 공급 불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원유·석유화학 원료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이 동시에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석유화학 원료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되면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이 동시에 이어질 수 있다”며 “포장재를 시작으로 생활 필수품 전반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있다. 결국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는 2차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