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읽음
DMZ 평화이용법, 정전체제·유엔사 권한 침해 우려
최보식의언론
지난달(3월)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김정은이 앞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관련 조항을 명시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실제로 반영되었는지 여부가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개정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향후 북한이 육상·해상·공중에서 새로운 경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DMZ와 NLL 등 남북 간 경계 지역에서 우리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DMZ와 NLL에서 우리의 대비 태세는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그동안 DMZ에서 남북 간 충돌을 억제하는 완충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75년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 이래 지속적으로 유엔사의 존재를 부정해 왔습니다. 그런데 우리 내부에서 북한이 주장해온 '정전체제 무력화'를 스스로 불러올 수 있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여당 일각에서 추진하고 있는 「DMZ 평화적 이용 지원에 관한 법률」의 핵심은 평화적 이용 목적의 DMZ 출입에 대해 정전협정에도 불구하고 통일부 장관이 허가하면 가능토록 한다는 것입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법안 통과 필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DMZ도 우리 땅인데 주권국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라는 국민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군은 유엔군의 일원으로서 주요 교전 당사자로 6.25 전쟁에 참전했으며, 한국 정부 또한 정전협정에 동의하였습니다. 조약이란 자발적으로 주권의 제한을 수용한 국제적 약속입니다. 그런데 이런 절차 중 어떤 것은 불편해서 못 지키겠다고 하면 약속 전체가 약화되게 됩니다.
일각에서는 정전협정이 DMZ의 군사적 통제만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평화적 이용에 관한 별도의 국내 입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약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을 추정이나 별도의 해석을 하는 방식은 국제 판례에서도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DMZ 법안이 통과된다면 기존 DMZ의 적대 행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지대 역할에 ‘평화적 이용’이라는 내용이 추가되어 협정 구조 자체를 변경하게 됩니다. 조약 성격상 유엔군, 중국, 북한 등 당사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채 국내 입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어제(1일) 국방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백마고지 일대에서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을 재개하며 유엔사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평화로운 이용을 위한 유엔사와의 DMZ 관할권 문제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유엔사와의 조율을 통해 해결해야 할 사안을 국내 입법을 통한 힘겨루기 방식으로 풀어가려 한다면, 이는 결코 현명한 접근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유엔사 #DMZ #한반도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