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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지구 구원 향한 희생과 선택
아주경제갑자기 우주선에 탈 과학자가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눈치 챈 그레이스가 억울한 듯 말한다. “난 엘리베이터 타도 멀미 나요.” 파일럿인 야오가 대답하길 “잘 됐네요. 우주선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으니까.” 그레이스는 “싫어요. 이건 자살 임무예요.” 엔지니어 일류키나 왈 “우리는 같이 죽기 딱 좋은 친구들이에요.”
사실 파일럿, 엔지니어는 우주선 탑승을 승인한 상태지만 과학자는 승인한 바 없다. 아니 그럴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우주탐사선은 편도라서, 이들이 맡게 될 임무는 일단 지구를 떠난 뒤 목적지에 도착해 뜻한 바를 실행하고 그러고 난 뒤에는 지구에 돌아올 수 없으므로 속절없이 죽게 돼 있는 프로젝트였다.

그렇지만 그레이스는 연구와 분석만 맡은 과학자였지 우주로 날아갈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로 이미 가기로 예정된 과학자가 사망했고 이제 우주탐사선에 동행할 과학자는 그레이스밖에 없다.
오직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의지 하나로 똘똘 뭉친 헤일메리 프로젝트 총책임자 스트라트는 다행스럽게도(?) 그레이스에게 죽을까 말까를 선택할 시간을 주겠다고 한다. 3시간. 세상에 감사하기도 하지. 고민 끝에 그레이스는 눈물을 철철 흘리며 “못 간다”고 답한다. 누군들 그 상황에 선뜻 우주선을 타겠나. 지구가 죽어가긴 하지만 30년 정도 시간이 있다는데.
그러나 피도 눈물도 없는 우리의 스트라트는 도망가는 그레이스를 붙들어 혼수상태로 만들고 우주선에 태워버렸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거침 없는 그녀의 결정으로 지구는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영화 ‘딥 임팩트’에서 마지막 핵폭탄을 안고 지구를 향해 날아드는 혜성 속으로 들어가 자폭해야 할 순간이 우주비행사들에게 닥쳤을 때 그들 중 한 사람은 담담하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이름을 딴 고등학교가 생길 거예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도 다소 가볍고도 유쾌하게 야오와 일루키나의 희생정신이 그려지긴 했어도 그것을 보는 관객들은 충분히 숭고해진다. 저들이 구할 사람의 숫자가 인류의 1/4에 달한다 하더라도 각자의 목숨이 그것보다 하찮을 수 있을까. 그렇지만 야오와 일루키나와 스트라트는 압도적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뼈아프게, 담담하게, 웃으며 실행해 나간다.
그런데 그레이스는 단 몇 년을 살더라도 지구에서 좀 더 살다가 죽겠다고 울었다. 제법 불쌍한 표정으로 스트라트 앞에서 엉엉 울었다. 돌볼 가족도 강아지도 없지만 일단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겠다는 그레이스 또한 그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심지어 강제로 그레이스를 우주선에 태운 스트라트마저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공감하게 된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선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위대하다 느껴진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을 곱씹으며 필자에게 남겨진 또 다른 감동의 자투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