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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제철 보리숭어, 가성비 높고 탱글한 식감 일품인 횟감 추천
위키트리
많은 사람이 숭어를 저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 경험한 ‘흙냄새’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시장에서 만나는 숭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며, 눈동자 색깔 하나만으로도 맛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먼저 눈이 노란색인 '가숭어'는 주로 겨울인 12월에서 2월 사이가 제철이다. 지역에 따라 '밀치'나 '참숭어'로 불리는 이 어종은 겨울철에는 지방이 풍부해 고소하지만, 봄이 되어 산란을 마치면 살이 급격히 빠지고 특유의 흙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만약 3월 이후 서해안 등지에서 잡히는 가숭어를 먹고 실망했다면 바로 이런 생물학적 특성 때문이다.
반면 지금 4월에 반드시 찾아야 할 주인공은 눈이 검은색인 '표준명 숭어'다. 보리가 익을 무렵 가장 맛있다고 하여 '보리숭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숭어는 가숭어와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겨울 동안 먼바다에서 월동하며 살을 찌운 뒤, 봄철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들어온다. 이때가 살이 가장 탱글탱글하고 단맛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점이다. 실제로 눈을 가리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면, 기름진 풍미와 아삭한 식감 때문에 겨울철 끝물의 방어와 착각할 정도로 훌륭한 맛을 낸다.

특히 전남 진도나 완도 인근에서 잡히는 숭어가 유명한 이유는 거친 환경 덕분이다. 진도 울돌목처럼 물살이 거센 곳을 거슬러 올라오는 숭어는 활동량이 많아 근육이 매우 발달해 있다. 이를 회로 썰어내면 씹을 때마다 '사각'거리는 독특한 저항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어종인 돌돔에서나 느낄 수 있는 단단한 식감과 닮아 있다.
또한 서식 환경에 따른 맛의 차이도 뚜렷하다. 뻘이 많은 내만권에서 개흙을 먹고 자란 숭어는 자칫 냄새가 날 수 있지만, 수심이 깊고 맑은 먼바다 암반 지대에서 플랑크톤을 먹고 자란 숭어는 지방질이 깨끗하고 살의 풍미가 깊다. 따라서 구매 시에는 반드시 산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전남 완도, 진도, 거제, 통영 등 물살이 세고 깨끗한 남해안권 산지를 추천하며, 제주도나 서해 북단 지역의 숭어는 조류나 환경 차이로 인해 4월 기준으로는 맛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맛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첫 점은 간장과 고추냉이만 살짝 곁들여 숭어 본연의 단맛과 지방의 고소함을 느껴보는 것이 좋다. 숭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초장과의 궁합도 매우 뛰어나지만, 기름기가 충분히 오른 보리숭어라면 쌈 채소보다는 회 자체의 식감을 즐기는 편이 낫다.
4월은 먹거리가 넘쳐나는 계절이지만, 지갑 걱정 없이 최고의 만족감을 얻고 싶다면 보리숭어가 정답이다. "숭어는 싸구려"라는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제대로 된 산지의 숭어를 만난다면, 매년 봄 보리가 익어갈 무렵이면 이 붉은 살 생선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