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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무임승차 제한’ 재점화…복지 축소 검토에 일각선 우려도
투데이신문
25일 취재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1회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하던 중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에게 대중교통 수요 분산 대책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출퇴근 시간에 노인들의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방법을 연구해보라”면서도 “직장에 출근하는 노인분들도 있어 일괄 적용은 어렵지만 여가 목적 이동에 대해서는 조정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관계 부처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번 논의의 출발점에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 변동성과 공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에너지 비용도 상승했고 정부와 지자체는 에너지 소비 절감 대책을 모색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자는 방향이 제시됐고 나아가 출퇴근 시간대 혼잡을 분산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자는 논의로까지 확장됐다. 다만 그 과정에서 왜 하필 노인 무임승차가 우선적인 조정 대상으로 거론되는지를 두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당초 고령층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복지 정책으로 도입됐다. 법적 근거는 노인복지법 제26조, 이른바 ‘경로우대’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65세 이상에게 공공시설과 수송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 요금으로 이용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1984년부터 도시철도 무임승차가 시행돼 왔다.
단순한 교통 지원이 아니라 고령층의 사회 참여와 이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본적인 복지 제도라는 점에서 이를 에너지 절감 논리로 조정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이 제도가 비용 부담만을 낳는 정책은 아니라는 점도 여러 연구에서 확인된다. 2014년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교통부문 복지정책 효과분석: 지하철 경로무임승차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2012년 기준 무임승차의 사회경제적 편익은 자살 감소 617억원, 우울증 감소 322억원, 교통사고 감소 1152억원, 의료비 절감 230억원, 기초생활급여 예산 감소 908억원, 관광 활성화 131억원 등으로 분석됐다.
총 비용은 1859억원으로 비용 대비 편익을 나타내는 비용편익비율(B/C)은 1.84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B/C가 1을 넘으면 경제성이 있는 정책으로 평가되는 만큼 무임승차 제도를 단순한 적자 요인이나 비효율의 상징으로만 보는 접근은 무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도가 가진 복지적·사회적 효과를 충분히 따지지 않은 채 비용 절감 논리만 앞세울 경우 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고령층의 출퇴근 시간대 이동을 모두 여가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는 일자리, 병원 진료, 돌봄, 생계형 이동 등 필수 일정과 연결된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간대 제한이 도입될 경우 고령층의 일상적 이동과 기본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이번 논의는 에너지 절약이라는 정책 목표와 이동권 보장이라는 복지 원칙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의 문제로 모아진다.
다만 현재 제시되는 방식은 사회 전체의 에너지 사용 구조를 손보는 접근이라기보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고령층에게 먼저 조정을 요구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중교통 이용 분산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그 방식이 실효적이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고령층 대중교통 지원은 유지하되 방식은 다양하다. 영국처럼 평일 오전 피크 시간대 무료 이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있는 반면 호주 브리즈번시처럼 오히려 피크 시간대까지 무임승차 범위를 확대한 경우도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정순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무임승차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용 경감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출퇴근 시간대 혼잡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혼잡 완화 효과에 대해서는 “정책을 시행해봐야 알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 교수는 이어 “일부 국가에서는 무임승차 범위를 넓히기도 하지만 무조건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정책을 병행한다”며 “필수적인 외출이 아니라면 혼잡한 시간대를 피해 이동하는 것이 고령층의 건강과 안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