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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하이트진로 이사회 축소 및 보수안 반대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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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의 반대에 직면하면서 주요 안건의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사회 구조 개편과 보수 한도 승인 등을 둘러싼 논란이 겹치며 주주 간 긴장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이사회 정원 13명→5명 축소… 임기 ‘3년 이내’ 조정

국민연금 "주주 의결권 약화·집중투표제 취지 훼손 우려"

하이트진로는 26일 서울 강남구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리는 제7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등을 상정한다. 정관 변경 안건은 ▲개정 상법 대응 ▲집중투표제 도입 ▲회사 운영 효율성 제고 등 세 가지로 나뉜다.

핵심 쟁점은 이사회 구조 개편이다. 하이트진로는 이사회 정원 상한을 기존 13명에서 5명으로 축소하고, 이사 임기를 ‘3년’에서 ‘3년 이내’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회사 측은 이사회 규모의 적정화와 운영 효율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소수 주주의 이사회 진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오는 9월 시행 예정인 집중투표제와 맞물리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 지분과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제도로, 소수 주주의 이사회 진입을 확대하기 위한 장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사회 정원이 줄어들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연금 역시 이러한 점을 근거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사 정원 축소가 집중투표제 취지를 훼손하고 지배구조 개선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관 변경이 단순한 운영 효율성 차원을 넘어 지배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이사 임기를 ‘3년 이내’로 설정하면 회사가 필요에 따라 1~2년 등으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임기를 고정하지 않을 경우 이사 선임 시점이 분산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회 정원까지 축소될 경우 소액 주주의 이사회 진입 기회가 줄어들 수 있고,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가 이사 선임을 요구하더라도 반영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사 수 축소와 임기 유연화를 통해 경영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적 악화했는데 높은 보수 수령"…실적 개선 전략 제시가 관건

이와 함께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연금은 경영 성과 대비 보수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하이트진로의 이사 보수 한도는 전년과 동일한 40억원으로 책정됐으며, 지난해 실제 지급액은 22억8800만원이었다.

세부 보수 내역을 보면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2025년 77억4170만원을 받아 전년 대비 약 4억8000만원 증가했다. 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사장은 10억9887만원을 수령해 전년(10억5340만원)보다 소폭 늘었다. 김인규 사장은 13억2405만원을 받았고, 이학근 상무보와 최경택 부사장은 각각 8억5071만원, 8억3154만원을 수령했다.

이 같은 주주 반발에는 실적 둔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3년간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매출은 2023년 2조5202억원에서 2024년 2조5992억원으로 늘었지만, 2025년에는 2조4986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024년 2081억원에서 2025년 1723억원으로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411억원으로 57% 이상 급감했다.

이에 따라 장인섭 신임 대표가 이번 주총에서 실적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할지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부문에서 ‘참이슬’ 리뉴얼과 ‘진로 제로슈거’ 확대, ‘진로골드’ 출시 등을 통해 저칼로리·무가당 제품군을 강화하고, 맥주 부문에서는 ‘테라’ 재정비와 ‘켈리’·‘필라이트’ 라인업 확대, 비알코올 음료인 ‘하이트 논알콜릭’ 제품군 강화를 통해 경쟁력 회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주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내수만으로는 반등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해외 사업 확대가 실적 개선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해외 매출 비중은 8.5% 수준에 그친다. 회사는 베트남에 첫 해외 소주 생산기지를 구축 중이며, 이르면 연내 현지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논란과 실적 둔화가 동시에 부각된 상황에서 주주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실적 개선과 해외 사업 성과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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