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읽음
삼성·SK HBM 투자 격돌, 종합 솔루션 대 집중
아주경제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조(兆) 단위 투자에 본격 돌입했다. 양사가 HBM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투자 방향에서는 뚜렷한 전략적 차이를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12월까지 극자외선(EUV) 장비를 30대 이상 추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네덜란드 장비업체 ASML로부터 총 11조 9497억 원에 EUV 장비를 매입한다고 24일 공시했다. 1대 가격이 통상 3000억~4000억원임을 고려하면 30대 이상의 EUV를 매입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기존 EUV 라인을 2배 가량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SK하이닉스는 올해 HBM에 투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현재 주도권을 확보한 HBM 시장 선두를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투자 규모는 최소 40조원 이상으로, 이 중 상당 부분이 HBM 생산 능력 확대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6조7325억원에 더불어 시설 비용까지 합하면 36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역대 최대 기록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fab·반도체 생산공장)과 클린룸 페이즈 2~6기 건설에 2030년 말까지 21조6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12조원 규모의 EUV 매입 비용까지 더하면 올해 1분기에만 HBM 역량 확대에 30조원 이상 투자를 결정한 셈이다.
회사는 이미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약 50% 이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뒤를 잇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 및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AI 메모리 핵심 공급자' 지위를 확보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이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6세대 HBM(HBM4)와 맞춤형 HBM을 차질 없이 준비해 확고한 HBM 1등 리더십을 유지하겠다"면서 "올해 HBM 매출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예상되고, 5세대 HBM(HBM3E) 중심으로 HBM4 매출은 하반기 가시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년대비 메모리 시장 수요는 매출 기준 △HBM은 92% △범용 D램 92% △범용 낸드 60% 가량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을 비롯해 메모리, 파운드리 등 종합적인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약 110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를 포함한 사상 최대 수준의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는 전년(약 90조4000억원) 대비 21.7% 늘어난 규모다.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첨단 패키징 라인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집중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내 P4(4공장) 공기 효율화 작업과 P5(5공장) 구축을 위한 핵심 설비 공사, 용인 클러스터 내 반도체 생산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 연말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3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을 갖춘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AMD 등 주요 AI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HBM을 포함한 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서 영향력 확보를 노리고 있다. 특히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AMD와 HBM4 우선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메모리를 비롯해 파운드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지난 18일 열린 주총에서 "DS부문은 로직부터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키징까지 '원스톱 솔루션'이 가능한 세계 유일 반도체 회사"라며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갖춰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관건은 AI 시장 성장 속도다. HBM 수요가 예상대로 급증할 경우 SK하이닉스가 집중 전략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의 분산형 투자 전략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단순 메모리를 넘어 AI 인프라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양사의 투자 전략 차이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판도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