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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못 산다"… 라오스 수도 주유소 40% 폐쇄, 이란전쟁 에너지 위기 확산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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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각국이 연료 배급·재택근무·수출 금지 등 비상 조치에 나서고 있다. 태국으로부터 연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내륙국 라오스에서는 수도 비엔티안의 주유소 40% 이상이 문을 닫고, 영업 중인 곳에서는 오토바이 한 대 채우는 데 최대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FP에 따르면 전날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선 15개 이상의 주유소가 '연료 소진' 안내문을 붙이고 문을 닫았다. 그나마 나머지 주유소들에서는 남은 물량을 배급하고 있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한 교사는 "집에서 5㎞ 이내 주유소 세 곳 모두 (기름이) 바닥났다"며 "돈이 있어도 기름을 살 수 없는 때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기름을 넣은 게 마지막이라던 한 오토바이 택시 기사는 "집 근처에 열린 주유소를 찾지 못하면 며칠 일을 쉬어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내륙국가인 라오스는 연료 거의 전량을 태국에서 수입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태국이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 연료 수출을 중단하면서 비엔티안 주유소들의 기름 탱크는 수 시간 만에 바닥났다. 이후 태국이 라오스에 예외를 적용해 1200만ℓ의 긴급 수입을 허용했으나 보충된 연료들은 즉시 소진되어버리고 있다. 새 물량이 들어와 기름이 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사람들이 주유소로 달려가고, 하루만에 혹은 하루도 안 돼 바닥나버리는 탓이다.

라오스 정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전국 2538개 주유소 중 40% 이상이 지난주 폐쇄 상태였다. 정부 고시 경유 가격은 리터당 3만1560킵(약 2200 원)으로 50% 가까이 올랐다. 글로벌페트롤프라이시스에 따르면 라오스는 이란전쟁 개전 초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고급 휘발유 가격 상승폭을 기록했다. 당국은 물병 등 용기에 연료를 담는 사재기를 금지하고, 각 부처에 대면 회의를 줄이며 전기차 전환을 권장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런 풍경은 라오스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리랑카는 지난 15일 QR코드 기반 연료 배급제를 도입해 차량 소유자가 온라인 등록 후 받은 QR코드를 주유소에서 스캔해야만 연료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차량 유형별 주간 한도가 적용돼 승용차는 15ℓ, 오토바이는 5ℓ로 제한된다. 방글라데시도 6일부터 사재기를 막기 위해 일일 판매 한도를 시행했다가 비축량이 충분하다는 판단과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 연휴 수요를 고려해 16일 제한을 해제했다. 파키스탄은 공무원 대상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고 50%를 교대 재택근무하게 했으며, 태국은 공무원에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고 반팔 셔츠를 입어 냉방 비용을 줄이라고 권고하는 등 절감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란전쟁 이후 이란이 세계 석유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사실상 차단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14만 9150원)를 넘어섰다. 이에 일부 국가는 공급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인도는 미국이 30일간 한시적으로 대러시아 제재를 면제해준 것을 활용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재개했다.

타티아나 미트로바 컬럼비아대학교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의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지금 해상에 떠 있는 러시아 원유 1억2000만~1억4000만 배럴이 이론적으로 인도 수입 수주분을 충당할 수 있지만, 물류·정유 제약으로 실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양은 일부"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원유도 지속가능한 완충재는 아닌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이란전쟁으로 인한 충격은 과거보다도 훨씬 크고, 중동에서 차단된 석유와 가스 물량이 빠르게 대체되기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노르웨이 등 다른 주요 수출국도 증산에는 수개월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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