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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 만에 열린 10개국 하늘길…'사막의 빛'이 증명한 K-외교 기동력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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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15일 오후 5시 59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활주로에 우리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육중한 바퀴를 안착했다. 중동의 거센 포화 속에 고립되었던 우리 국민 204명을 비롯한 총 211명이 마침내 고국의 땅을 밟는 순간이었다. 이번 중동지역 국민 수송작전 '사막의 빛(Operation Desert Shine)'은 위기 상황에서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K-외교 기동력'의 결정체였다.

이번 작전에서 최대 성과는 전례를 찾기 힘든 '외교적 속도'다. 통상 군용기가 타국의 영공을 통과하기 위한 승인 절차는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는 비행 경로상에 위치한 10여 개 국가의 영공 통과 승인을 단 24시간 만에 모두 받아냈다.

이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직접 카운터파트와 소통하며 구축해온 고도의 외교적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현 장관은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에너지 시설 피해에 대한 위로와 연대의 뜻을 전하는 동시에 우리 국민의 안전한 귀국을 위한 사우디 정부의 전폭적인 협조를 이끌어냈다. 안규백 장관은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으로 사우디를 향하는 등 두 차례나 현지를 방문하면서 양국의 호혜적 협력을 다져왔다.

특히 영공 승인 과정에는 외교·군 당국 실무자들의 잠들지 않고 지켜온 노력이 빛을 발했다. 이번 작전은 그야말로 시차를 넘어선 실시간 첩보작전이었다. 한국과 중동 간의 6시간 시차에도 불구하고 외교부 본부와 현지 공관, 국방부 관계자들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소통망을 유지했다. 실무진들은 각국 정부 기관의 승인 담당자들과 직접 접촉해 필요한 서류를 실시간으로 송부하고 확인받는 과정을 반복했다.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는 높은 신뢰는 외교·군 당국의 실무진들이 그동안 헌신해온 긴밀한 외교적 자산이 집약된 결과다.

외교·군 당국이 쌓아온 양국 간 깊은 신뢰는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사우디는 이번 작전의 허브 역할을 자처하며 자국 영공 내에서 군 수송기 운항을 적극 지원했고, 인근 바레인, 쿠웨이트, 레바논에 흩어져 있던 우리 국민들이 리야드로 집결할 수 있도록 이동과 편의를 보장하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사막의 빛' 작전의 성공을 통해 한국은 국격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특히 10개국 하늘 길을 단 하루 만에 열어 젖힌 외교적 기동력과 전장을 뚫고 국민을 실어 나른 군의 헌신을 통해 "국가는 언제나 당신 곁에 있다"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타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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