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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한국을 서방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 위협 반복”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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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한국을 공개적으로 겨냥한 경고를 반복하고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순간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외교 채널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노골화했다. 특히 살상무기뿐 아니라 비살상 지원까지 '전쟁 개입'으로 규정하는 강경한 수사를 구사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불만 표출이 아니다. 러시아가 한국을 서방 동맹 체계 내에서 '압박 효과가 가장 클 수 있는 지점', 다시 말해 '약한 고리'로 판단하고 전략적 시험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왜 한국만 콕 집나

러시아는 미국이나 나토(이하 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에 대해선 4년전인 2022년 2월24일 우크라 전면 침공 이후 이미 전면적 대치 구도에 들어가 있다. 추가 경고가 실질적 억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 반면 한국은 다르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으나 NATO 회원국은 아니다. 동시에 북한이라는 군사적 변수를 안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 안보 리스크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서방 협력국이다.

러시아의 계산은 단순하다.

국제정치와 군사전략에 정통한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 (예, 기갑준장)은 "한국은 국내 안보 부담이 크다.....따라서 압박하면 정책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러시아는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23일 취재에서 밝혔다. 주소장은 이른바 '전략적 프로빙(probing)'이라고 강조했다. 전략적 프로빙(probing)은 적이나 상대방의 반응을 시험하며 약점이나 한계를 탐색하는 전략적 시도다.

즉, 러시아는 반복적 위협을 통해 한국의 한계상황인 레드라인을 탐색하고, 동맹 내부의 균열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이다.

한편 對북한 전문가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러시아의 對한국 압박의 핵심을 '북·러 연동 전략'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이미 공개적 단계다. 이제는 북한군 병력과 재래식 포탄·미사일·군사기술 협력을 넘어 핵추진 잠수함 지원등 북·러간 전략적 군사 협력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정기적 군사 고위급 교류도 정례화됐다. 러시아가 한국을 향해 위협 수위를 높이는 배경에는 북한 카드가 있다.

한국이 우크라 지원을 확대할 경우, 러시아는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다고 주은식 소장은 분석하고 있다.

△ 북·러 군사기술 협력 가속화, △ 위성·미사일·핵추진 기술 이전 확대, △ 한반도 주변 공중·해상·해저 군사 활동 증강등 직접적 충돌이 아닌 '회색전쟁(gray zone warfare)' 방식으로 군사·외교·정보·사이버 영역을 결합한 복합 압박이다.

비살상도 '전쟁 개입'…명분 쌓기

러시아가 비살상 지원까지 문제 삼는 것은 향후 대응의 명분을 쌓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고 주소장은 분석하고 있다. 의료·보호장비·재건 지원 등 통상적 인도적 지원까지 전쟁 개입으로 규정하면, 러시아는 광범위한 대응 옵션을 확보하게 된다.

주은식 소장은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의 예상 가능한 옵션은 다음과 같다.

△ 방산·항만·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 △ 극동 지역에서의 경제·물류 압박, △ 한국 방산 수출국을 향한 외교적 견제, △ 북한과의 전략무기 협력 시사등 직접 군사 충돌보다는 다층적·비대칭적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선택…모호성은 끝났다

문제는 한국의 전략이다. 그간 한국은 '살상무기 직접 지원은 자제하되, 우회·간접 지원은 확대'하는 모호한 균형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비살상 지원까지 문제 삼으면서 이 전략 공간은 급격히 좁아졌다.

주은식 소장은 이제 우리의 선택은 분명하다고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무엇보다 먼저 '원칙의 명확화'를 통해 '우크라 지원 범위와 조건'을 공개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은 단기적 유연성을 주지만, 반복적 압박 앞에서는 취약점이 된다. 둘째, 북·러 연계 억제 강화에 대해 '한·미 확장억제 체계'를 실질화하고, 미사일 방어·정보자산 공유를 강화해야 한다.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공동 대응 메시지가 필요하다. 세째, 사이버·하이브리드 대비체계 구축을 통해, 국가 기반시설 보호, 방산기업 보안 강화, 정보전 대응 능력 확대가 시급하다.

러시아의 경고는 단순한 외교적 언사로 치부할 사안이 아니다. 이는 한국을 겨냥한 전략적 압박 실험이며, 북·러 밀착이라는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한국을 '약한 고리'로 인식한 시험이 반복된다면, 오히려 역설적으로 한국의 전략적 위상은 시험대에 오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명확한 원칙과 다층적 억제 전략이다. 러시아의 계산이 오판임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한반도 긴장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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