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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20% 달라는 삼전 노조, DX도 ‘후자’로 만들텐가 [줌인IT]
IT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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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창사 이후 첫 과반 노조가 등장했다. 재계 1위 기업 삼성전자 노조의 협상 권한 및 법적 지위가 강화될 수 있는 기념비적 사건이다. 다만 합법적 쟁의 행위를 무기로 목소리를 높이는 노조의 일부 무리한 요구는 ‘초격차 경쟁력 회복’을 위해 갈 길 먼 삼성전자에 잠재 리스크로 부상 중이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는 최근 사측과 진행 중인 임금교섭에서 기본급 7% 인상과 더불어 ‘영업이익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설정하고 상한선을 없애라’는 요구를 내걸었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폐지한 사례가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이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반도체뿐인 SK하이닉스와 달리 종합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의 구조와 실적 간극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주장이다. 현재 사업 환경에서 영업이익 기반 성과급 재원 설정은 DS부문으로 성과급 쏠림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MX), TV·가전(CE), 네트워크 등을 아우르는 DX부문은 이익 기여도가 떨어져 성과급을 거의 받을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 된다.

향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DX부문의 상대적 박탈감은 불가피한 흐름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DX부문까지 삼성 후자로 불릴 판이다”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삼성 후자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직원들이 스스로를 낮춰 일컬을 때 쓰는 표현이다. 종합전자 기업으로서 삼성전자의 균형과 정체성을 흔들만한 사안이다.

노조의 DS 중심 성과급 개편 요구는 5만명이 넘는 DX부문 임직원을 사실상 소외시키고 내부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사측도 최근 임금교섭에서 “일부 실적이 낮은 사업부는 성과급을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경제적부가가치(EVA) 기반 체계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도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장 분배의 여유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올해 초 임원 세미나에서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경쟁력을 회복할 마지막 기회다”라고 강조했다. 메모리 호황이 만들어준 일시적 개선을 착시로 삼지 말고 기술·조직·인재 경쟁력을 재건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과반 노조의 등장은 달라진 노동 환경을 보여주는 시대적 흐름이다. 하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반도체 중심의 성과급 구조 개편은 재도약에 집중해야 할 삼성전자에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키우고, 중장기 경쟁력에도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노조가 강조해온 ‘공정성’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선 특정 사업부 이익만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조직 역량을 하나로 묶는 균형 잡힌 보상 기준을 세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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