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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유령신부 느낌에 단간론파 추리 더한 ‘그릴드’
게임메카
‘그릴드: 포터 저택 실종 사건(이하 그릴드)’는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추리게임이다. 특히 3D 그래픽을 활용한다는 점, 독특한 그래픽, 신비로운 세계관이 인상적이었다. 이에 개발팀 더옐로우룸을 만나 게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그릴드: 포터 저택 실종 사건 영상 (영상출처: 더옐로우룸 공식 유튜브 채널)
상대편을 심문하는 마법 같은 추리게임 ‘그릴드’
그릴드는 부제에서 연상할 수 있듯 ‘포터 저택’에서 발생한 사건을 수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어드벤처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여왕에게서 특별 권한을 받은 수사관이 되어 저택에서 벌어진 기묘한 일의 진상을 파악하고, 그 중심에 있는 ‘포터 남작’을 만나야 한다. 황서준 공동 대표는 “제목인 ‘그릴드’는 ‘강하게 심문하다’는 뜻에서 가져왔다”라고 설명했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저택 창고에서 깨어나고, 이후에는 기묘한 ‘포카락(포크 숟가락)’을 도구 삼아 탐색과 추리를 시작한다. 이후 저택에서 나갈 수 있는 모든 다리가 끊어졌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함께 갇힌 배달부의 소포를 찾는 의뢰를 받아 이를 찾기 위해 본격적인 추리 활동에 나선다. 저택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소포의 행방을 찾고, 그 과정에서 사건의 진상에 도달한다. 다만 왜 하필 포카락일까? 황서준 대표는 “원래는 다른 도구를 사용했지만, '그릴드’만의 특색과 만찬장이라는 장소에 맞는 식기를 결합해 포카락이 탄생했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추리를 이어가다 보면 저녁 식사 시간이 된다. 만찬장에는 등장인물들이 모이며, 그곳에서 주인공은 용의자를 대상으로 심문하는 마법 공간 ‘그릴링’을 펼친다. 이때 포카락 ‘유스티시아’의 요정으로만 알고 있었던 비프로스트가 기괴한 형태로 변하며, 주변을 불길로 가로막는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그릴드 만의 독특한 추리 및 심문이 시작된다.
그릴드의 구조는 크게 하루 단위로 나뉜다. 만찬 전에는 저택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수사를 이어나간다. 스토리를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은 저녁이 되어 만찬종이 울리며, 저택 등장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이때 주인공의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된다. 황서준 공동대표는 ’’만찬’이라는 요소는 ‘일단 먹고들 합시다’ 같은 느낌으로 게임에 녹여냈다”라고 전했다.
탐색은 등장인물과 대화하거나 특정 장소에서 조사를 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체험판 1일차에서는 우체부 ‘바비’의 의뢰를 얻고 그의 방에서 소포를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묘한 흙이 들어있는 컵, 검은 꽃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일부 추리게임은 단서와 관련된 사물을 발견하는 것 자체를 하나의 퍼즐로 설계하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인 셈인데, 그릴드는 ‘통찰’ 기능으로 상호작용 가능한 오브젝트를 표시해 난도를 낮췄다.
만찬장에서의 심문은 지금까지 모은 증거와 조사 자료를 토대로 상대편의 대답을 반박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처음에는 상대편의 의중을 확인하고(떠보기), 이후에는 상대편이 하는 거짓 진술을 증거와 함께 반박하는(찌르기) 방식이다. 떠보기와 찌르기는 ‘포카락’이라는 소재와도 잘 어울리는 표현으로, 방석현 공동대표는 “역전재판과 단간론파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문장 단위로 심문을 구성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탄탄한 추리 기본 구조에 3D로 표현된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경이 더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스티시아에 들어있는 ‘로스트’로, 초기에는 귀여운 인형 같은 모습이지만, 그릴링을 펼치면 팔다리가 길쭉하고 영혼을 먹는 괴물로 변신한다. 황서준 공동대표는 “처음에는 약간 마스코트 같은 느낌을 내면서도, 이후에는 극적인 시각적 반전을 주는 캐릭터”라며, “신체 비율도 기괴하게 데포르메함으로서 충격을 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캐릭터의 외형은 팀 버튼의 ‘유령신부’의 느낌을 전한다. 전반적으로 실제 인간보다 몸과 팔다리가 더 얇고, 얼굴과 눈은 더 크며, 귀엽게 생긴 듯 하면서도 주변 분위기와 낮은 채도의 색감으로 으스스함을 전한다. 캐릭터들의 표정 역시 스릴러 느낌을 자아낸다. 황서준 공동대표는 “초창기 설정된 스타일로, 기존 다른 추리 비주얼노벨 장르와 다른 콘셉트를 노려 이와 같은 방향으로 완성됐다”라며, “덕분에 대중적인 추리게임이나 도트 그래픽이 강세인 인디 시장에서 눈에 띄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배경 제작에도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3D로 구현된 배경은 추리에 방해되지 않도록 지나치게 튀지 않고 게임 분위기에 잘 녹아 들도록 구현됐고, 그러면서도 세계관과 캐릭터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김재원 3D 아트 담당은 “배경은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캐릭터가 돋보이고 유저들의 몰입이 깨지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에셋과 인력을 활용하는데 힘썼다”라고 전했다.
이런 그릴드를 개발하는 팀 ‘더옐로우룸’은 어떤 사람들일까? 더옐로우룸은 방석현 대표와 황서준 대표가 공동으로 창립한 인디 개발팀으로 현재는 8명의 인원이 소속되어있다. 방석현 대표가 프로그래머겸 PD, 황서준 대표가 시나리오를 맡고 있으며, 이외에도 기획자 1인, AD 겸 애니메이터 1인, 3D 모델 개발자가 3인, 원화가 1인으로 구성됐다.
두 대표는 모두 청강대학교 게임학과 출신으로, 함께 졸업 작품을 제작하던 인원들이 모여 개발을 시작했고, 이후 학교 졸업 전시회 등에서 사람을 모아 지금에 팀에 도달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김재원 3D 아트 담당은 “분야마다 각자의 어려움은 있지만, 책임자들을 통해 원활하게 개발 중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