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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혐의’ 윤홍근 BBQ 회장, 재판부 기피 신청 ‘왜’
시사위크
경영난을 겪는 가족회사에 지주사 자금을 대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이 항소심 재판을 받던 중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을 제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항소심 재판 일정이 중단된 가운데 갑작스런 기피 신청 배경을 놓고 관심을 쏠리고 있다.
◇ 윤홍근 회장, 재판부 기피신청에 ‘배임 혐의’ 항소심 재판 중단
본지 취재 결과, 윤홍근 회장 측은 공판을 사흘 앞둔 지난 23일 수원고등법원 제2-2형사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기피신청은 재판부(법관)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당사자가 법관을 직무집행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즉, 불공정한 재판이 우려된다며 법관을 바꿔달라는 요청을 한 셈이다. 기피신청이 있을 시, 기존 재판부의 소송 진행은 중단된다.
이에 지난 26일 수원고등법원에서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었던 공판은 열리지 못했다. 이날 법정에는 검사 등이 출석했지만 재판부는 항소심 공판을 진행하지 않았다.
기피신청이 있을 때, 해당 재판부는 명백한 소송 지연 목적이거나 관할 규정에 어긋나는 경우로 판단되면 ‘간이기각’ 결정을 내리 수 있다. 다만, 해당 재판부가 간이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다른 재판부가 기피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윤 회장 측이 제기한 기피신청 건은 수원고등법원 제3형사부에 배당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재판부는 기피신청의 타당성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윤 회장 측이 제기한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 윤 회장 측의 항소심 공판 일정은 연기된다. 추후 공판기일은 기피신청 판단 이후에 지정된다.
윤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2023년 1월 검찰은 윤 회장이 2013~2016년 J사에 자금 수십억원을 대여하도록 한 뒤 충분한 회수조처를 취하지 않아 제너시스BBQ그룹에 손해를 끼친 혐의가 있다며 불구속기소했다.
J사는 윤 회장 일가가 2013년 7월 지분 100%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제너시스나 BBQ의 계열사는 아니다. 검찰은 윤 회장이 J사의 부실한 재무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개인 회사에 자금을 대여하고 충분한 회수조처를 취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가 있다고 봤다. 배임 혐의액은 43억6,500만원에 달했다. J사는 설립 후 수년간 적자와 자본잠식 등에 시달리다 매각된 바 있다.
윤 회장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배임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기소 직후 30명이 넘는 대규모 변호단을 꾸려 재판에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다만 재판 초기 상당수의 변호인들은 사임계를 내면서 실제 변호인단 규모는 크게 줄었다. 법무법인 화우와 율우 등의 변호인단이 윤 회장 측 대리를 주도했다. 윤 회장 측의 변호인단은 1심 재판 과정에서 J사의 설립과 지주사 제너시스의 자금대여는 그룹 차원의 신규사업과 시너지 창출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배임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24년 10월 1심 재판부는 윤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배임액 43억6,500만원에 중 2억1,500여만원에 대해서만 배임 책임을 물었다. 나머지 공소사실 배임액 41억5,000만원에 대해선 형사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J사가 윤 회장의 가족회사였지만 실제로는 제너시스BBQ그룹의 계열사처럼 운영됐고, 그룹 계열사와 공동이익 및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였다고 판단했다. 이에 41억5,000만원의 자금 대여에 대해선 합리적인 경영상의 판단으로 무죄로 봤다. 다만 J사의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에도 추가로 대여된 2억1,500만원에선 유죄로 판단했다. J사의 경영 상황이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신중하지 못한 자금 대여가 이뤄졌다는 판단을 내렸다.
◇ 기피신청 인용률 낮은데… 최후의 카드 썼나
1심 선고 이후 검사와 윤 회장 측은 모두 항소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몇 차례 열린 항소심 공판에 성실히 출석하면서 재판에 임해왔다.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공판에도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런데 이달 26일 예정된 공판을 사흘 앞두고 돌연 기피신청을 제기해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기피신청은 형사소송법상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지만 인용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공개한 ‘법관, 재판부 등 제척·기피·회피 신청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제척·기피·회피 신청이 접수된 형사재판 1,657건 중 6건만 인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법관 기피·회피 신청 건수는 증가 추세를 보여왔는데, 법조계에선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제도가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소송 지연 등 재판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는 비판도 존재한다.
윤 회장 측이 기피 신청을 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피신청은 불공정한 재판이 우려될만한 사정이 있을 때 하며, 구체적인 사유도 명시해야 한다”며 “기피신청의 자세한 사유를 알 수 없어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다소 의아하긴 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피신청은 인용률이 매우 낮은 편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한다”며 ”향후 피고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럼에도 강력한 카드를 쓴 것은 재판 절차에서 불리한 상황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의 변호인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법무법인 율우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이번 건과 관련해선 “담당 변호인은 해당 건과 관련해 언론과의 접촉을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화우 측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 변호인으로부터 어떠한 회신도 받지 못했다. 화우는 2016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이어진 BBQ와 BHC 간의 계약 및 법적 분쟁에서 BBQ 측을 대리해 제너시스BBQ그룹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온 로펌이다. 화우는 BHC와의 법적 분쟁에 이어, 이번 윤 회장의 배임 재판 대리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 제너시스BBQ그룹 “재판에 영향 줄 수 있어 답변 어렵다”
제너시스BBQ그룹 측은 이번 기피 신청과 관련해 답변을 극도로 아낀 채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제너시스BBQ그룹 관계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 어떤 답변도 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당사에 문의를 하지 않거나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이뤄진 언론 보도에 대해선 유관부서를 통해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홍근 회장은 1995년 제너시스BBQ를 설립해 BBQ를 국내 대표적인 치킨 브랜드로 키워낸 인물이다. 윤 회장 일가는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인 제너시스를 통해 제너시스BBQ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