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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로빈’ 박영수 “6살 딸 아빠로 신비체험...선행학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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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대학로 TOM 1관에서 개막한 창작뮤지컬 ‘로빈’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베테랑 배우 박영수(43)는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신비로운 체험 속에 무대에 오르곤 한다.
이번이 삼연째인 ‘로빈’은 우주 벙커를 배경으로, 평범한 가족이 마주하는 일상과 고민을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천재 과학자인 아버지 로빈과 사춘기 딸 루나, 벙커를 살뜰히 가꾸는 수다쟁이 로봇 레온이 등장한다.

“로빈 역을 할 수 있는 조건 가운데 하나가 딸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대본을 보고 울었죠. 마음을 흔드는 내용이었거든요. 리허설을 6살 딸에게 보여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말 와이프와 딸이 와서 봤어요. 딸 아이가 제 공연을 정식으로 본 건 처음이었어요. 100분의 공연을 졸지 않은 채 관람하며 몇 차례 눈물까지 흘렸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엔 제가 부르는 첫 번째 넘버를 따라 부를 정도예요.”

극중 로빈이 루나가 6살 때 떠나는데 딱 그 나이다. 이후 딸의 사춘기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선행 학습하는 느낌으로 공연에 임하는 중이란다. 아빠한테 틱틱 대고, 예민하게 구는 대목에선 아프고 화나겠구나,란 생각이 절로 든다.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서운함의 파장이 요동친다.
“여러모로 추운 연말인데 관객들이 가족애를 가져갔으면 해요. 아버지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고들 하세요. 제 아버지도 부산에서 올라와 공연을 보셨죠. 이 작품을 보고 가족에게 전화라도 한통 더 해야겠단 마음이 든다면 ‘로빈’이 제 소임을 다 한 거라 여겨요.”

최재웅, 김대종, 김종구와 함께 로빈 역을 맡고 있는데 막내다. 그래서인지 ‘초보 아빠’ 느낌이 물씬 난다는 말을 듣는다. 딸인 루나 역 배우로부터는 “소통하는 게 서툰 느낌이라 더 킹 받는다”는 평까지 들었다.

“그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해와서 캐릭터적인 호흡이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면 이번엔 그런 호흡이나 힘을 빼고 싶었어요. 박영수란 인물이 자연스레 나오기를 원했던 거 같아요. 20년 넘게 공연해 왔는데 무대에서 이렇게 많이 운 적이 없어요. 인위적인 걸 놓고 상황을 마주하다 보니 한편으론 감정적 데미지가 큰 듯해요.”
올해 뮤지컬 ‘라흐 헤스트’ ‘구텐버그’ ‘민들레피리’ ‘설공찬’ ‘매드 해터’ 등에 출연했다. 다작 배우다. 평균 한해 7~8편을 소화하는 중이다.

“힘들 때도 있었는데 40대 중반에 이르니까 한해를 가득 채워가며 일하는 게 되레 기쁘고 힘이 나요. ‘날 찾아줄까’란 생각이 들어서 20~30대보다 공연하는 게 더 소중하죠. 다른 공연에선 16~17세 역할을 하다가 ‘로빈’에선 아빠 역을 맡는 등 폭넓게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게 배우로서 매력이자 제 장점이지 싶어요.”

서울예대 연극과(배우 차지연과 양승리 등이 동기다)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단 소속 배우로 본격적인 무대 활동을 시작했다. ‘바람의 나라’ ‘윤동주 달을 쏘다’ ‘잃어버린 얼굴 1895’ ‘신과함께 저승편’ ‘쓰릴미’ ‘김종욱찾기’ ‘록키호러쇼’ ‘더 데빌 X’ ‘서편제’ ‘곤 투모로우’ ‘파과’ 등 무수히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서울예술단 첫 주연작이 ‘윤동주 달을 쏘다’였다. 이 작품으로 ‘배우 박영수’를 널리 알렸고, 오디션 기회도 많이 부여잡을 수 있었다. 올해는 ‘민들레피리’에서 윤동주 역을 또 다시 맡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다.

"일제 강점기를 살아간 청년 시인으로만 알았는데 정말 가족을 사랑했던 분이더라고요. 27세의 어린 나이에 식민지 조국의 지식인, 문학인으로서 보폭을 넓혀갔던 노력이 위대하게 여겨져요. 나라와 세대를 걱정하느라 너무 완숙해져버린 점이 안타깝고요. 이렇게 인물을 공부하면서 고민을 관객과 나누는 배우란 직업이 뜻깊게 여겨져요. 어느 날 딸 아이가 ‘아빠는 무슨 일을 해?’라고 물었을 때 ‘아빠는 무대에 서서 관객에게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일을 해’라고 말했어요.”

사진= 최은희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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