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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소설 10여종 반입한 민간단체 이사장, 2심서 감형…이유는[죄와벌]
모두서치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정 이사장은 2018~2020년 북한 당국과 계약을 체결한 뒤 북한 소설책이나 소설이 담긴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국내로 반입해 판매한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로 기소됐다.
정 이사장은 세 차례에 걸쳐 북한 저작권사무국과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남북 간 직접 거래를 피하기 위해 중국 업체를 중개인으로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북교류협력법에는 누구든지 남북 간에 물품 등을 반출·반입하기 위해선 그 물품의 품목과 거래 형태, 대금결제 방법 등에 대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 받도록 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는 2018년 7월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중개업체 사장을 만나 '고구려의 세 신하' '국상을파소' '네덩이의 얼음' '단풍은 락업이 아니다' 등 북한 소설책 9권을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듬해 3월25일에는 중국 단둥에서 '리제마' '녀가수' '겨레의 넋을 불러' '훈민정음' 등 북한 소설 4종의 파일이 저장된 USB를 건네받고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1월19일에는 '동의보감' '풍운속의 녀인' '강화처녀' '하늘이여, 땅이여' 등 북한 소설 8종이 담긴 USB를 인천공항에서 받은 후 통일부 승인 없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의보감'을 1권당 2만5000원에 판매했다.
정 이사장이 국내에 반입한 북한 소설은 중복을 제외하면 총 14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이사장은 재판 과정에서 "중국 사업가로부터 받은 책은 중국의 물품이지 북한의 물품이 아니고, 미풍양속을 저해하거나 국가보안법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반입 승인 대상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길호 판사는 지난해 3월12일 정 이사장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출판 목적으로 북한에서 반입한 책과 그 내용이 담긴 USB는 통일부장관의 반입승인을 받아야 하는 물품에 해당한다"며 "통일부장관에게 책과 USB에 대한 반입승인을 신청했음에도 그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통일부장관의 반입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승인이 지체되고 그 조건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반입승인을 받지 않은 채 출판을 강행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8-3부(부장판사 최진숙)는 지난 10월24일 2018년 7월20일자 범행은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200만원으로 감형했다.
재판부는 "1차 반입 물품 등에 관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은 합리적인 의심과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법리오해를 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2차, 3차 반입의 점은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법문언상 북한으로부터 물품 등을 반입할 경우에 통일부장관의 사전 승인을 필요로 하는 것은 반입의 목적을 불문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