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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 1년도 안 됐는데... 민주당 분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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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1월 17일 오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아프리카와 중동 등 4개국 순방을 위해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화하며 공군1호기로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내년 1월로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명청(이재명-정청래) 파워게임’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 진영과 정청래 대표 진영이 각자 후보를 내세우며 사실상 세력 대결 양상을 보이는 까닭에 선거 결과가 향후 당내 권력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현재 이건태 의원과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과거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인물이고, 유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인재로 친명 모임인 혁신회의 공동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핵심 친명계(친이재명계)로 통한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수석사무부총장을 지낸 강득구 의원도 15일 출마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정 대표 측에서는 문정복 조직사무부총장, 이성윤 법률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당 대표 직속 민원정책실장인 임오경 의원 역시 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약 7개월 남은 최고위원 3석을 놓고 이처럼 많은 후보가 나서는 것은 정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한 불만이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명 진영의 한 의원은 "정 대표가 책임감 있는 여당다운 모습을 보이도록 최고위원들이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태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당의 엇박자로 이재명 정부의 효능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유 위원장은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1인1표제가 당내 투표에서 부결된 것을 언급하며 "절차 부실, 준비 실패, 소통 부재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 이재명 대통령이 11월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뉴스1

강득구 의원은 "정 대표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보완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정 대표 측 인사들은 안정적 당 운영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대응한다. 정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당원들은 정 대표 체제의 안정을 원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지도부를 비판하며 성공한 최고위원 후보는 없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선거의 실제 쟁점이 당 주도권 싸움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 지도부는 "친명만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독자적 정치 행보를 하면서 정권 초기 국정 운영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정 대표가 추진한 1인1표제가 당내 투표에서 부결된 것이 이런 인식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고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하기 위해 1인1표제 카드를 꺼냈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후보 등록(15~17일) 이후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면 대결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중앙위원 표심은 친명 후보에게, 권리당원 표심은 정 대표 측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지지층들도 이미 진영을 나눠 공격전을 펼치고 있다.

감정 대립이 격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친청(친정청래)계인 문정복 의원은 지난 12일 비당권파 후보군이자 친명 인사로 꼽히는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시 그는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나가게 됐다"며 "내가 (선거에) 나가서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 위원장을 겨냥해 "공직, 당직도 못 하는 '천둥벌거숭이'한테 언제까지 당이 끌려다닐 거냐"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유 위원장은 "문 의원의 발언은 단순한 감정의 표출로 보기 어렵다. 당내 화합과 품격을 해치는 구시대적 정치 행태의 반복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인격 모독성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라"고 밝혔다.

결국 선거 결과에 따라 정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 대표가 이른바 명청 대결 구도 보도에 대해 "민주당 분열을 통해 이재명 정부를 엎으려는 의도적 갈라치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 대표는 '친명친청 대전', '정청래 자기 정치', '대표연임 노림수' 같은 근거 없는 기사와 당내 극히 일부 발언에 대해 매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정청래만큼 이재명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이라며 "민주당에 친청은 없고 친명만 있을 뿐이고 그 맨 앞에 장판교 장비처럼 정청래가 서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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