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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공간’이 돋보이는 차 S90과 볼보가 이끈 안전의 ‘상향평준화’ [MoTech열전]
EV라운지한국에서 2019년 처음으로 1만 대 판매를 넘어선 이후 매년 ‘1만 대 클럽’에서 빠지지 않고 있는 볼보(Volvo)의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오랜만에 시승해 본 볼보의 E세그먼트 세단 ‘S90’은 볼보가 이런 가치, 지향점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잘 느끼게 해줬습니다.
화려함보다는 단정함이 돋보이는 인테리어와 기대 이상으로 넓은 실내 공간이 주는 만족감이 상당했는데요.
오늘 [MoTech열전]은 볼보 S90을 시승한 소감과 더불어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자동차의 안전 기술들을 함께 다뤄보겠습니다.
안전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를 놓고 이제는 볼보뿐만 아니라 여러 브랜드들이 훌륭한 기술들을 발전시키고 있는 상황.
안전 기술이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점을 살펴보면서 ‘안전의 상향평준화’에 볼보가 기여한 부분이 작지 않다는 점을 함께 짚어보려는 것입니다.

최근 시승한 차량은 볼보 S90 B5 울트라 다크 모델. 차량 색상 자체는 크리스탈 화이트로 흰색이지만 라디에이터 그릴 등의 외장재를 까맣게(블랙 하이글로시) 마감한 모델입니다.
1969cc 가솔린 엔진에 48V 배터리가 결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로 국내 판매 가격은 7130만 원(부가세 포함)인데요.
과거 볼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C60과 왜건 V60 등을 시승하면서 볼보에 대해서 느꼈던 것처럼, 이번 S90도 주행 성능 측면에서는 ‘모자람이 없다’는 인상입니다.
250마력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제원상 제로백은 7.2초. 경쟁 E세그먼트 모델에 비해 돋보이는 수치는 아닐 수 있지만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 모두에서 부족함 없는 힘을 보여줬습니다.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은 풀 하이브리드 기술보다는 가벼운 버전의 하이브리드 기술인데요.
연비를 향상시켜주는 것은 물론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기 모터의 출력으로 주행 성능도 개선하는 장점이 뚜렷합니다.
뻥 뚫린 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을 때의 가속감과 사운드 역시 상당한 재미를 줬는데요.
다만, 볼보는 모든 차량에서 시속 180km를 안전 제한속도(스피드 캡)로 두고 있어서 그 이상의 속력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국내에서 올 9월부터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출고된 S90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점은 실내 공간이었습니다.
볼보는 늘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와 스웨디시 럭셔리를 강조하는데요. S90의 실내 역시 천연 나뭇결의 감성을 살린 대시보드·센터콘솔에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사용한 직물이 조화를 이루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순한 고급스러움을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실내에서는 3060mm로 이전 모델보다 120mm 늘어난 휠베이스가 주는 공간감이 돋보였습니다.
1026mm로 길어진 뒷좌석 레그룸 덕택에 키가 183cm인 시승자의 몸에 맞춰 운전석 위치를 조절해 놓은 다음 바로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아봐도 ‘충분히 넓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시승 모델에는 뒷좌석 탑승객을 위해 측면 선블라인드와 리어 선커튼까지 갖췄다는 점도 눈에 띄었는데요.
아이들을 태운 널찍한 뒷좌석에 햇볕이 강하게 들어와서 운전석 옆 버튼으로 선블라인드를 내릴 때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공간’이 S90의 커다란 장점이라는 볼보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사실 이런 인테리어 측면의 장점은 볼보 차량을 여러 차례 시승하면서 일관되게 느꼈던 부분인데요.
이번 시승에서 예전보다 확연하게 업그레이드됐다고 느낀 부분은 바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었습니다.
볼보는 국내 최고 품질로 평가받는 티맵모빌리티와 함께 TMAP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개발해서 적용하고 있는데요.
S90에는 11.2인치 센터 디스플레이에 이 시스템이 담겼습니다. 생소한 시승 차량을 타면서도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대신 차량 내비게이션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커다란 장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볼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사용자 취향 기반의 음악 플랫폼 ‘플로(FLO)’도 통합돼 있는데요.
영국 하이엔드 스피커 ‘바워스&윌킨스(B&W)’를 활용한 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을 빼놓고는 볼보를 얘기하기 힘든데, 이처럼 돋보이는 오디오로 다채로운 음악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큰 매력이었습니다.
다만, 판매 가격이 시승 모델보다 낮은 6530만 원으로 책정된 ‘S90 B5 플러스 브라이트’ 모델의 경우 ‘바워스&윌킨스(B&W)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대신 ‘하이 퍼포먼스 사운드 시스템이’이 적용돼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차량에 다양하게 적용되는 안전 사양은 사실 차를 직접 타봐도 제대로 경험하기는 힘든 기능들인데요.
S90의 모델별 상세 제원에 따르면 ‘B5 플러스 브라이트’ 모델과 시승차인 ‘B5 울트라 브라이트/다크’ 모델,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로 가격이 9140만 원인 ‘T8 AWD 울트라 브라이트’ 모델에 모두 동일한 안전 기능이 적용됩니다.
여기에는 △전방 충돌 경보 및 긴급제동 서포트 △차선 유지 보조 △거리 경보 △운전자 제어 경보 △도로 이탈 방지 및 보호 △스티어링 어시스트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어시스트 △후측방 경보 및 후방 추돌 경고 △반대차선 접근차량 충돌 회피 △파일럿 어시스트 △앞좌석 및 사이드 및 커튼형 에어백 등이 모두 포함돼 있는데요.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볼보가 차량 탑승자를 보호하는 공간을 견고하게 설계한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충돌 회피 기능을 통해 사고 자체를 미리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들입니다.
레이더와 초음파 센서, 카메라 등을 활용해 차량은 물론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 대형 동물 등을 감지해서 사고 회피를 돕는 ‘시티 세이프티’ 역시 모든 모델에 적용돼 있습니다.

1959년 3점식 안전벨트 기술을 개발한 다음 이를 독점하지 않고 특허를 공유한 볼보는 안전에 대한 헤리티지와 리더십을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 여전히 인정받고 있는데요.
사실 최근에는 많은 완성차 브랜드들이 안전 관련 기술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모습입니다.
볼보뿐만 아니라 많은 브랜드가 안전 사양만큼은 차급이나 가격대를 차별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폭넓게 적용하는 흐름인데요.
카메라나 레이더 등을 이용해 전방의 차량, 보행자 등을 인식하고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경고하면서 자동으로 제동까지 도와주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의 경우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의 신차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차로 이탈 방지 보조(LKA)와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BCA) 등의 기술도 점점 일반화되는 모습인데요.
3점식 안전벨트 기술 이후에도 후방향 어린이용 카시트(1972년), 커튼형 에어백(1998년), 최고 속도 제한(2020년) 등 새로운 안전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안전은 옵션이 될 수 없다’는 철학을 보여줘 온 볼보가 미친 영향도 작지 않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 9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고객 인도를 시작한 S90은 10월까지 두 달 동안 총 383대가 신규 등록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는데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제네시스 G80 등 주요 브랜드의 대표 차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E세그먼트 세단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셈입니다.
여기에도 볼보가 추구하는 안전과 가족이라는 가치가 국내에서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 꽤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편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하기 위한 볼보의 투자 역시 큰 힘을 발휘한 결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볼보가 새롭게 개발한 안전벨트 시스템이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됐다는 소식도 전해져 왔는데요.
올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25년 최고의 발명품’에 볼보의 새로운 안전벨트 시스템이 이름을 올린 것입니다.
볼보의 차세대 안전 기술인 ‘멀티 어댑티브 안전벨트’는 탑승자의 신체 조건과 주행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작동하며 탑승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최적의 보호 기능을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차량 내·외부의 첨단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탑승자의 키, 체중, 체형, 착석 자세 등에 맞춰 보호 강도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기술인데요.
예를 들어, 충돌 강도가 큰 사고에서 체격이 큰 탑승자의 경우 머리 손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벨트 하중을 높게 설정하고 반대로 체구가 작은 탑승자에게는 자동으로 하중을 낮춰 갈비뼈 골절 위험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차량이 충돌을 감지하면 즉시 안전벨트를 강하게 되감아 당겨서 탑승자의 몸과 안전벨트 사이의 틈을 최소화하는 기술입니다. 충돌 직후 탑승자의 몸이 앞으로 쏠리기 전에 미리 안전벨트를 당겨서 충격을 완화해 주는 기술인 셈인데요.
이 프리텐셔너에도 벨트가 너무 강하게 당겨지는 것을 막는 기술이 일부 적용돼 있지만 볼보는 탑승자 정보를 연동해 보호 강도를 보다 세밀화하는 기술적 진보를 일궈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안전벨트는 여전히 절대적으로 중요한 장치인만큼 이런 신기술은 앞으로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볼보뿐만 아니라 많은 완성차 업체가 안전 기술에서만큼은 양보 없는 기술 경쟁을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