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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1<나의 어머니,아버지-1>
1998년 3월 23일 오전 9시 30분
나는 첫 울음을 터트리며 기나긴 진통속에 식은땀과 반쯤 풀린 눈동자 녹초가 되어버린 엄마의 품속에 잠시나마 안겨본다. 고통의 시간들은 마치 언제 있었냐는 듯 나를보며 웃음지으며 꾹 참았던 눈물을 흘러내린다. 내가 태어남으로써 가족들간에 기쁨과 평화가 찾아 온 것 같았다. 20대의 어여쁘고 잘생긴 아름다운 연인들은 나로인해 20대의 청춘을 뒤로해야 했고, 부부의 연을 맺음과 동시에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했고, 탄력있고 잘빠졌던 몸매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게 둘의 작은 희생속에 내가 태어날 수 있었고 분만 후 찾아오는 산후통 속에서 또 한번 고통을 이겨 내야만 했던 엄마 그리고 하루가 멀다하고 쑥쑥 성정하는 나에게 들어가는 비용 기저귀값, 분유값, 이유식, 보행기 등등 둘이서 생활하던 지출보다 훨씬 배로 늘어났고 아빠의 무게감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처음 집으로 들어온 날 엄마랑 아빠와의 첫날 밤 나는 무엇이 문제인지 그저 답답하기만 했고 울음만 쏟아져 나왔다. 엄마랑 아빠가 번갈아가며 나를 달래주기 시작했지만 아빠는 이내 지쳐 침실로 돌아가 먼저 잠을 청했다 남겨진건 엄마와 나 둘뿐이였고 엄마는 잠도 못자며 모유수유 하다가 졸다가 달래다가 졸다가를 반복한다 울다 지쳐 겨우 엄마 품속에 잠이든다 그렇게 기나긴 저녁이 지나면 아침엔 아빠가 출근을 하고 엄마와 둘의 시간이 그날 하루를 다 채워버린다 울다 자다를 반복하는 나때문에 집안일은 미뤄지는게 당연한 거였고 하루하루 피곤함 속에 엄마의 살은 쭉쭉 빠져만 가고 다크써클은 늘어만 갔다. 그렇게 힘든 시간속에서 나는 호화롭게 자랏고 어느덧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엄마도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웃집 친구네 어머니랑 수다라도 떨 시간여유가 생겼다 힘든 집안일 속에서 엄마의 유일한 낙이였다 그저 수다떨면서 힘들었던 속마음을 풀어내면서 하루하루 버티는거 자식자랑하는 재미도 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수다 떨다보면 어느새 아빠 퇴근시간 다가오고
저녁 먹을 시간이다. 마트나 동네 슈퍼에 가서 장을 봐온다 퇴근하기전에 밥을 해놓고 기다리면서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있었는데 때마침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왔다. 들어오자마자 오늘 회사에서 일이 잘 안 풀렸는지 짜증스런 말투로 괜한 집안일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언성이 높아지며 싸우기 시작했고 엄마에게 “너는 하루종일 집에서 하는일이 뭐냐”며 큰소리 쳤다. 엄마도 서운해서 되려 한마디 더 던진다. “나도 하는 일 많아 아침부터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누구는 하루종일 놀기만 하는 줄 알아? 생활비라도 넉넉하게 주던가” 사소한 감정싸움이 크게 화근이 되었다. 아빠도 하루종일 회사에서 치이고 힘들었던게 집으로 돌아와서 터져버려서 뜻밖에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서로 각자의 생활속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이렇게 번지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다 내가 중학교 때 즈음 사춘기가 오면서 집안의 갈등은 최고치에 달했다. 집에있는 것 보다 친구들이랑 나가 노는게 더 즐거웠고 사소한 잔소리마져 귀찮게 들렸다. 그래서 집보다 밖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했다. 그렇게 밤 10시나 11시가 다 되어야 집에 들어왔다. 집에들어오니 아빠가 잔소리부터 시작했다. 일찍일찍 다녀라, 지금이 몇신데 계집애가 무서운 줄 모르고 밤 늦게까지 뭐하고 돌아다니냐, 누구랑있었냐 그냥 이 모든 걱정의 말들이 나에겐 그저 듣기싫은 꾸증과 잔소리 같았다. 그래서 나는 “아, 그게 뭔상관인데 친구들 집에서 자고싶었는데 못자게 하니까 늦게라도 들어왔잖아!” 라며 되려 소리를 치며 방문을 크게 닫고 들어와 버렸다. 내 태도에 열이 받은 아빠는 방에서 엄마를 현관에 불러놓고선 큰 목소리로 엄마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집안 꼴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대체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거야? 계집애가 11시 다되서 들어오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가만히 냅두냐? 다리몽댕이를 부러뜨려도 시원찮을 판에?” 라며 엄마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괜히 엄마한테 미안하긴 했다. 그래도 싫었다 그냥 싫었다
자유롭고 싶었다. 공부도 하기 싫었다. 노는게 너무 재밌고 좋았다. 그렇게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나쁜걸 접하게 되었고 일찍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배웠다. 선배들 따라 놀러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접했다. 아빠의 큰소리 이후 엄마는 저녁 5시만 되면 수시로 전화해서 위치를 확인하기 시작했고, 이마저도 짜증났다. 폰을 꺼놓고 놀다 들어가기도 했고, 가출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래도 그정도 깡다구는 없었다. 여느때와 같이 신나게 놀고 집으로 들어왔다. 집으로 들어오니 집안 분위기가 서먹하니 냉전이 흘렀다. 엄마랑 아빠랑 싸운 것이다. 내 귀가시간 때문에 엄마는 또 한소리 들었고 서운함에 소파에 앉아 눈물을 머금고 계셨다. 아빠는 그대로 집에 나가선 아빠친구 삼촌들과 술을 먹으러 나갔고 집에 엄마만 홀로 훌쩍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괜히 미안했지만 또 잔소리 들을까봐 “나 왔어”를 외치며 방에 들어가기 바빴다. 한참을 친구들과 통화하며 웃고 떠들고 있는데 엄마가 노크하며 들어온다. 또 귀가시간 이야기다. 그냥 귀찮았다 휴대폰 하면서 듣는 시늉하며 흘려들었다. 엄마는 9시 까지만이라도 집에 와주면 안되겠냐며 나를 설득시킨다. 엄마도 귀가시간때문에 부부싸움 하는게 힘들다며 털어놓았다. 그냥 상황을 빨리 회피하도 싶은 마음에 “아, 알았어~ 그렇게할게~”라고 대답했다. 엄마는 그렇게 아빠에게 혼나며 울며 속상했는데도 그렇게 하겠다는 내 말에 기분이 좋았던 건지 과일 까지 깎아다 주며 말 잘 들으니 얼마나 좋냐며 오히려 엄마기분이 더 좋아졌다. 아빠가 집에 다시 들어오자마자 엄마는 오히려 아빠에게 내 칭찬을 하면서 일찍들어오기로 약속했다며 아빠 기분도 풀어주려는 듯 했다. 아빠도 내심 기분이 좋으셨는지 이제 정신 차렸다면서 한마디 툭 던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무심코 던진 내 말에 모두가 기대하며 기분 좋아지는걸 보니 괜히 더 미안하고 찝찝했다. 다음날 여느때와 같이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놀던중 휴대폰 시간을 확인하니
5시30분이다. 괜스레 어제 한 말이 생각나 오늘은 일찍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일찍 헤어지고 집으로 귀가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 아빠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밥 먹자며 식탁에 나를 앉혔다. 매번 저녁 늦게 귀가하다보니 집에서 저녁 안먹은지가 오래된 것 같다. 일찍들어오겠다던 내 말을 굳게 믿고선 엄마는 진수성찬을 준비했다. 정말 오랜만에 식탁에 가족끼리 앉아서 오순도순 대화하며 저녁을 먹었다. 내 행동 하나하나에 엄마아빠의 기분과 상황이 좌지우지한다는게 느껴졌다. 이날 이후로 나는 조금씩 신경 쓰기 시작했고, 부모님 사이도 좋아지는게 보이니까 나 때문에 멀어지게 하기가 눈치보였다. 나쁜 친구들 선배들과의 관계도 약속있다는 핑계로 집에 친척이 와있다는 핑계로 하루하루 미루다 보니 자연스레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사춘기는 짧고 굵게 지나가고 고등학교, 대학교도 아무 탈 없이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내가 태어나서 부터 지금 이 순간 까지 부모님은 오롯이 나를 위한 삶을 살아 오셨고 나로인해 포기했던 순간들도 많았고, 어린나이에 일찍히 부모라는 무게를 묵묵히 버텨야 했기에 23살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많은 뒷바라지를 해야했고 내가 성인이 되고 난 후 이제야 좀 숨쉴만 해져 인생을 뒤돌아보니 엄마 아빠의 꽃다운 청춘은 이미 지나와 버렸고 아름다운 순간들은 그저 사진 몇장들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23살 지금 내 나이에 우리 엄마는 나를 낳았다. 같은 나이가 되어보니 이제서야 느낀다. 지금 이 청춘과 사회의 첫 출발을 한지 얼마 안 된 새내기 꿈이 많은 내가 과연 이 순간들을 모두 포기하고 엄마가 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아빠가 될 수 있겠냐고 물어본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나요, 나를 위해서 평생을 뒷바라지하며 살아오신 부모님을 위해 사랑받아온 내가 이제는 반대로 사랑해드릴 준비가 되어 있나요?. 나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오늘도 여전히 당신 걱정 뿐입니다. 자식이니까. 내 청춘을 포기 할 수 있을만큼 소중한 당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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