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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이 맛 안 난다…특이하게 서해서는 10월까지 나오는 '국민 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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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탁에서 국물 요리와 건강식품의 기본으로 자리 잡은 국민 수산물 다시마는 보통 남해와 완도 등지에서 주로 수확된다. 하지만 수확 시기는 의외로 짧다. 남해안 주요 산지에서는 대체로 5월부터 7월 초 사이, 늦어도 장마철 이전인 6월 안에 대부분 채취를 마친다.
서해 다시마 배양장. 자료사진. / 유튜브 '인천일보TV'

그 이유는 여름철 수온이 급격히 오르기 때문이다. 남해 연안 해수는 7~8월이면 25도를 웃돌고, 이때 다시마 잎 끝부분이 녹아내리는 ‘고수온 피해’가 발생한다. 결국 농가들은 여름을 앞두고 서둘러 채취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서해 북부, 특히 백령도 일대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남해에서는 이미 채취가 끝난 8월 이후에도, 백령도와 대청도·소청도 주변 바다에서는 여전히 다시마가 자라고 있고, 10월까지도 수확이 이어진다.

서해만의 조건, 낮은 수온이 만든 특수한 환경

이 같은 차이를 만드는 핵심 요인은 바닷물의 온도다. 백령도 인근 바다의 연중 최고 수온은 남해보다 2~3도 낮은 23도 미만이다. 여름에도 해수 온도가 상대적으로 차갑게 유지되기 때문에, 고온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다시마가 자라는 기간이 길어지고, 단순히 오래 자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두껍고 길게 성장할 수 있다. 실제로 백령도에서는 2년, 심지어 3년 동안 키운 뒤 수확하는 장기산 다시마가 가능하다. 남해에서는 1년산이 대부분인데, 백령도에서는 2~3년 키워 품질이 높은 다시마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이다.

"백령도 다시마는 다르다"…종묘까지 전국 공급

백령도 다시마의 경쟁력은 단순히 수확 시기가 길다는 점에 그치지 않는다. 두께, 길이, 영양 성분 모두 남해산보다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보고됐다. 인천 옹진군과 인하대학교가 공동으로 관련 특허를 갖고 연구를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백령도에서 키운 다시마는 종묘(씨앗)로서도 가치가 높다. 현지에서 9~10월 생산된 종묘는 완도 등 남해안으로 공급돼 1년산 다시마 양식에 활용된다. 다시 말해, 남해 다시마 양식의 시작에도 백령도 종묘가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 수산물' 다시마 역사와 효능

다시마는 한반도를 비롯해 일본 홋카이도, 러시아 캄차카반도 등 차가운 태평양 연안에 널리 분포하는 대표 해조류다. 뿌리, 줄기, 잎으로 구성돼 있으며 암갈색을 띠는 갈조류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 동해안에서 양식이 시작됐고, 이후 남해와 서해까지 확산됐다. 지금은 전복 양식의 먹이용으로도 쓰이고, 각종 가공식품과 건강식, 화장품 원료 등으로 활용도가 높다.

영양학적으로 다시마는 저열량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미네랄과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오래전부터 중국에서는 부종 완화와 요오드 결핍 예방, 위장 질환 치료에 사용돼 왔다. 최근 국내 연구에 따르면 다시마 추출물이 항산화 작용을 하고, 암세포 증식 억제 및 고지혈증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2022)

왜 지금 서해 다시마가 주목받나

보통 다시마는 초여름이면 이미 자취를 감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서해 북부의 경우 지금 이 시기에도 여전히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백령도·대청도·소청도 해역은 평균 12~15도의 낮은 수온이 8개월 이상 유지돼, 전국에서 유일하게 2~3년산 다시마가 나오는 곳이다.

이 덕분에 10월까지도 갓 수확한 두툼한 다시마를 맛볼 수 있다. 늦가을까지 이어지는 이 독특한 수확 주기는 서해 연안만의 해양 기후가 만들어낸 특별한 식탁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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