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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죽기 바라는 독수리 VS 죽음을 앞둔 아이' 사진의 숨겨진 비극
애니멀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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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 Carter

흙바닥에 웅크린 채 쓰러진 아이와 그 뒤를 맴도는 독수리. 이 충격적인 장면을 포착한 사진 한 장이 세상을 향한 경고가 되었으나, 동시에 사진 작가에게는 평생의 짐이자 비극적인 최후를 안겨주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참혹한 기근 실태를 전 세계에 알린 사진 '수단의 굶주린 소녀(The Vulture and the Little Girl)'의 작가, 케빈 카터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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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93년, 수단 남부 아요드 지역에서 발생했습니다.

기근 취재를 위해 현장에 있던 케빈 카터는 식량 배급소로 향하던 길목에서 힘없이 엎드려 있는 소녀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소녀의 생명을 노리는 듯 가까이 다가와 앉아 있는 독수리를 목격하게 됩니다.

케빈 카터는 이 극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약 20분 동안 숨죽인 채 이들을 지켜봤습니다.

오직 결정적인 찰나를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기다렸고, 결국 셔터를 눌러 사진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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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곧바로 뉴욕타임스에 실려 전 세계를 경악시켰고, 케빈 카터는 1994년 언론계 최고의 영예인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 사진을 통해 수단의 기근 문제가 널리 알려지고 대규모 구호 활동이 전개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들이 그에게 박수만 보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위험에 처한 아이를 구하는 대신 카메라 렌즈를 먼저 들이댄 그의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한 맹렬한 비난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소녀를 돕지 않고 사진만 찍은 사진가는 독수리와 다를 바 없다"는 거센 항의가 그를 짓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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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2개월 후, 극심한 우울증과 죄책감에 시달리던 케빈 카터는 결국 1994년 7월, 자신의 차량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사진을 찍은 직후 독수리를 쫓아냈고 소녀는 배급소로 향했다. 하지만 그 순간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미웠다"는 고통스러운 고백이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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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카터의 이 한 장의 사진은 보도 윤리와 인간의 도리 사이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숙제를 남겼습니다.

만약 독자님께서 그 현장에 있었다면, 과연 카메라를 내려놓고 아이에게 달려갔을까요, 아니면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을까요? 그 어려운 질문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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