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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포테이토 지수 69%] '북극성' 무리수의 난발, 내가 뭘 본 거지...
맥스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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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모든 회차를 공개한 '북극성'. 사진제공=디즈니+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우 전지현과 강동원의 만남, 정서경 작가와 김희원·허명행 감독의 연출, 그리고 한반도 정세를 소재로 첩보와 멜로를 섞은 드라마. 여기에 700억 원이라는 역대급 제작비가 투입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북극성'은 올해 공개하는 가장 큰 텐트폴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연 작품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스케일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전개와 허무한 결말로 한계를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달 10일 첫 공개 이후 지난 1일 마지막 8, 9회로 막을 내린 '북극성'은 평화 통일을 외치던 대통령 후보가 피격당한 사건을 계기로 전직 유엔대사인 서문주(전지현)와 정체불명의 특수요원 백산호(강동원)가 한반도를 위협하는 세력의 배후를 추격하는 이야기다. 서문주는 남편 장준익(박해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백산호가 그녀를 지키며 거대한 음모와 맞서 싸운다.

공개 전 '북극성'은 전지현과 강동원의 첫 호흡만으로 기대를 모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스타의 만남은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박찬욱 감독 영화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 등 시나리오 작가이자 tvN '마더' '작은 아씨들'을 선보인 정서경 작가가 집필하고, tvN '빈센조' '눈물의 여왕' 등의 김희원 감독까지 합류하며 제작 단계부터 화려한 라인업으로 관심을 집중시켰다.

베일을 벗은 '북극성'은 극 중 채경신(김해숙) 대통령의 대사인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판이야"처럼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과 북한, 중국의 관계를 아우르는 스펙터클한 서사를 펼쳐 보이려고 했다. 남북한 분단의 현실을 배경으로, 끊임없이 시도되는 암살 위협과 음모,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배신의 한복판에서 울리는 총격전과 폭탄 테러 속에서 문주는 죽음의 위기마다 손을 내민 산호와 함께 거대한 사건 뒤 숨겨진 진실에 다가간다.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음모도 모습을 드러내며 이야기를 스케일을 더 키웠다.
강동원(왼쪽)과 전지현. 사진제공=디즈니+

● 로맨스부터 최종 빌런까지..무리한 설정 계속

아쉽게도 모든 이야기가 공개된 '북극성'은 전쟁 위기라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도

구시대적인 발상과 첩보 액션과 멜로, 정치극까지 여러 장르가 매끄럽지 않게 뒤섞이며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흘렀다.

무게 중심을 잃고 긴장감도 사라졌다. 언제 어떻게 전쟁이 발발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강조하지만 이를 설득력 있게 살려내지 못하면서 길을 잃었다. 위기 상황을 강조해 긴장감을 높이려는 시도는 역력했지만, 서사는 물론 캐릭터로도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한 채 사건을 나열하는 데만 그쳤다.

초반부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장준익이라는 인물을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상황부터 드라마는 문제에 직면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곧바로 죽었고, 간첩으로도 몰린다. 이어 북한의 1만 톤급 핵잠수함 운용과 이를 둘러싼 미국의 반응을 다룬 이야기가 진부하게 흘러갔다. 서문주를 향한 연이은 테러나 장준익의 내연녀와 아들 설정은 충격적이지만 개연성이 결여돼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보다 오히려 산만하고 촌스러운 인상만을 남겼다.

극 중 인물을 간첩이나 무장공비로 몰아가는 전개 역시 시청자들에게는 '철 지난' 설정처럼

비쳤다.

중반부에 들어서면서는 '북극성'은 첩보에서 '멜로'에 방점을 찍었다. 전지현과 강동원은 높은 수위의 애정 장면을 소화했지만, 두 인물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사랑으로 발전해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멜로 장르에서 핵심은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인데도 '북극성'의 두 배우에게서는 절절한 감정이 피어나지 않았다

. 남편의 죽음을 파헤치던 문주가 어느 순간 산호에게만 몰입하고 산호 역시 같은 방식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부터 설득력을 잃자, 

멜로 서사는 아름답기보다 갑작스럽고 당혹스럽게

다가왔다.

마지막에 드러난 최종 빌런, 스텔라영으로 불린 임옥선(이미숙)의 존재가 드러나는 과정도 느닷없다. 미국과 북한의 무기를 적대국에 팔아넘기는 어둠의 중개상으로 사건의 중심에 서 있지만, 음모를 벌인 일들을 다루는 방식이 허술하다. "힘없는 여자에게서 태어나, 그조차 버린 아이"라는 출발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을 꿈꾸는 인물로 그려졌지만, 이는 복잡한 국제 정세 속 빌런으로서는 단순하고 억지스럽다는 인상이 짙다.

특히 임옥선이 미국의 심장부에 핵미사일을 날리고 싶은 이유와 명분도 추상적이다.

무엇보다 거대한 서건을 혼자서 기획하고 조종했다는 구상은 작가의 '무리수'로 읽히는 대목

이다. 가장 중요한 존재에 얽힌 비밀을 마지막 9회 한 편에서 모두 풀려다 보니 임옥선의 사연은 겉돌 뿐이다. 이를 둘러싼 캐릭터들의 존재감도 휘발됐다. 장준익의 내연녀와 아들의 역할은 흐릿해졌고, 준익에 대한 열등감을 품었던 동생 장준상(오정세)의 변화 역시 충분히 그려지지 않아 모든 인물이 허공에 흩어진 듯하다. 

결국 '북극성'은 한반도와 미국, 북한, 중국, 그리고 가상의 국가 이디샤까지 아우르며 국제 정치 스릴러의 거대한 판을 벌였지만 인물들의 동기와 사건 전개가 촘촘히 짜이지 못하면서 '

극적이지만 얄팍한 서사'

에 그쳤다. 스케일이 커질수록 더 정교하고 탄탄한 설정이 요구되지만, 작품은 그 진입 장벽을 넘지 못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한국형 대작 드라마로서 화려한 외피를 갖췄으나 결말에서 드러난 빌런의 허술한 동기와 엉성한 전개는 정치·첩보 스릴러가 지녀야 할 무게감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북극성'은 임옥선이라는 인물을 통해 한 개인의 왜곡된 욕망이나 잘못된 신념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느슨한 연출과 상투적이고 낡은 대사가 겹치며 의도했던 메시지의 힘마저 반감

되고 말았다. 현재 드라마와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톱스타들과 감독, 작가 및 스태프들이 뭉친 700억원 대작이 남긴 아쉬움이 크다. 
'북극성'에서 임옥선을 연기한 이미숙(왼쪽)과 그의 아들 장준상 역의 오정세. 사진제공=디즈니+

연출: 김희원·허명행 / 극본: 정서경 / 출연: 전지현, 강동원, 존 조, 이미숙, 박해준, 김해숙, 유재명, 오정세, 이상희, 주종혁, 원지안 외 / 장르: 첩보, 액션, 정치, 드라마, 로맨스, 스릴러 / 공개일: 9월1일 / 시청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회차: 9부작 / 플랫폼 : 디즈니+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

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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