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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병살타를 떠올렸다, 번트는 나쁜 아이디어” SF 담당기자는 그때 멜빈의 경질을 예감했다
마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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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정후는 병살타를 떠올렸다고 인정했다.”

7월27일(이하 한국시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뉴욕 메츠와의 홈 경기서 1-2로 패배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는 흐름이 좋지 않은 시기였다. 이정후, 윌리 아다메스, 맷 채프먼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을 모아놓고도 타선에 시너지가 나지 않았다. 이날 역시 9안타를 날리고도 1득점에 그쳤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게티이미지코리아
샌프란시스코의 유일한 득점은 0-0이던 4회말 1사 만루 찬스서 이정후의 2루 땅볼에 의해 나왔다. 볼카운트 1B2S서 메츠 좌완 선발 데이비드 피터슨의 몸쪽 93.1마일 싱커를 잡아당겼다. 타구 속도가 74.6마일에 불과할 정도로 빗맞은 탓에 병살타가 되지 않아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디 어슬래틱 앤드류 배걸리 기자는 이 장면이 밥 멜빈 감독의 해고로 이어진 하나의 단초가 됐다고 바라봤다. 이 매체는 또 다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샌프란시스코의 1년을 돌아보며 몇 차례 결정적 순간을 짚었다.

그 중 하나가 이정후의 번트 시도였다. 이정후는 결과적으로 타점을 올렸으나 피터슨의 초구 80.2마일짜리 커브에 번트를 대다 파울을 기록했다. 경기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장면서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한 것 자체가 샌프란시스코에 일종의 패배주의가 만연했다고 바라봤다. 최악의 경우 병살타가 나왔더라도, 번트보다 강공을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배걸리는 지난 1일 “누구나 선수가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 순간 이정후는 마음을 내비쳤다. 경기 후 이정후에게 확인까지 했다. 그는 타석에 나가서 2루타 대신 병살타를 떠올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배걸리는 “생각이 없는 팀이며,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득점권에서 성적이 좋지 않으니 초구가 오기도 전부터 패배를 인정한 셈이다. 리그 전체적으로 초구 타율이 0.338이고 1스트라이크에서 타율 0.320으로 떨어지는데, (초구)번트는 나쁜 아이디어였을 뿐 아니라 실제로 이정후가 더 안 좋은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었다”라고 했다.

타자가 초구 커브를 노려서 안타를 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정후가 커브 대응력이 떨어지는 타자도 아니다. 2~3구는 몸쪽으로 많이 붙었고, 4구 싱커가 몸쪽 보더라인에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초구를 치는 게 가장 유리했을 수 있다. 결과론이지만 말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게티이미지코리아
결국 이렇게 소극적인 분위기를 만든 것 자체가 멜빈 전 감독의 책임이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정후는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멜빈 감독님은 엄청 좋은 분이다. 좋은 리더였다. 선수들이 잘 뛰게 할 수 있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2년간 내가 많이 도움을 못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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