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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플시승] 지프 도전정신이 낳은 전기차, 어벤저 알티튜드
모터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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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dict

- 잘 안팔린다? 지프의 도전정신을 보라, 매번 성공하는 도전은 없다

Good

- 292km까지는 너끈하게 달리는 주행거리

- 지프다. 트랙션 컨트롤과 셀렉 터레인 등 최강 오프로더 DNA는 숨길 수 없다

Bad

- 할인을 엄청나게 받았을 거라는 의심을 받는다

- 크기가 작은데 비싸고 중고차 감가도

큰데다

충전도

귀찮고…

Competitor

- 볼보 EX30CC : 400마력대 전기 SUV

- 르노코리아 세닉 E테크 : 통풍시트는 없지만 출중한 상품성
지프 어벤저 판매량을 보면 그야말로 처참하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이후 85대가 팔렸다. 그것도 법인차 77대를 제외하면 개인이 구매한 건 8대다. 정통 오프로더 지프가 만든 브랜드 최초 전기차로 체면만 구긴 셈이다. 하지만 그게 지프의 도전정신이다. 도전했으니 실패를 맛본 셈이다.

여러모로 이 차를 시승하는 건 망설여졌다. 작은데다 비싸고 주행거리도 300km라고 하면 먼 거리를 가기에도 멈칫하게 만든다. 심지어 시승차로 나선 지프 어벤저 알티튜드 컬러는 어느 곳에서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정통 오프로더 DNA는 곳곳에 묻어났다. 굵직하고 남성적인 그릴과 좌우 헤드램프까지 이어진 얼굴은 체급 그 이상의 이미지다. 불룩 솟구친 전후 펜더도 듬직하고 당당한 외형을 완성했다. 뒷 모습은 앞모습과 통일감을 보이면서도 지프 전통의 디자인 색채를 잘 담아냈다.
인테리어는 콤팩트 SUV임을 감안해 작은 수납공간을 곳곳에 배치했고, 10.25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로 ADAS 설정과 공조장치 조정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연결성을 강화해 원격 차량 제어와 충전상태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계기판 안쪽 그래픽 구성은 손봐야 할 필요성이 크다. 시인성이 낮고 색감도 어색한데다 반응도 늦다. 심지어 한국인 필수 옵션이라는 시트 공조기능에선 별 다른 장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안전사양을 살펴보면 대체로 만족스럽다. 풀-스피드 전방 충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 보행자/자전거 감지 긴급 브레이킹 시스템, 차선 중앙 유지 시스템, 스탑 앤 고(Stop & Go)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및 교통표지판 인식 시스템 등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을 지원하는 주행 안전 편의 사양을 기본 탑재했다. 이와 더불어 4개의 파크센스(ParkSense) 후방 센서와 파크뷰(ParkView) 후방 카메라를 기본으로 탑재해 도심의 좁은 주차공간에서도 편리한 주차를 지원한다.

색다른 주행감각, 지프 감성 어디로?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 등 지프의 정통 오프로더들에게는 색다른 주행감각이 있다. 오프로드에 대응하는 4륜구동 기술이나 셀렉 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을 언급하지 않아도, 지프는 꽉 조여진 듯 날카로운 핸들링 감각과는 다르게 얼핏 유격이 느껴지는 듯한 핸들 감각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험로에선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돌파 능력을 발휘했다. 어벤저는 이런 장점들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과 셀렉-터레인(Selec-Terrain) 지형 설정 시스템은 모두 갖췄지만 핸들링 감각은 도심형 SUV에 머물렀다.

시동을 켜면 전기차답게 조용하고 아무런 진동이 없다. 엑셀 페달을 밟으면 미끄러지듯 치고 나간다. 핸들링 감각도 예민하고 가볍다. 시야는 대체로 높은 편인데다 각진 차체의 필러가 곧추서 있어 확 트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제동에 있어도 단점이 없다. 곧바로 서고 차체의 흔들림도 어느 속도에서든 크게 불편함 없이 세운다. 특히 상당한 속도의 회전 구간에서도 민첩하고 기민한 차체 몸놀림을 보여준다. 지프 어벤저는 CMP2 전동화 모듈식 플랫폼을 썼다. 여기에 NCM배터리를 54kwH까지 넣었고 전기모터 출력은 115kw를 낸다.
핸들링 자체가 경쾌하다. 전기차의 회생제동이 크게 이질적인 느낌도 없었고,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다른 지프에선 불쾌했던 서스펜션 리바운딩 현상도 줄었다. 콤팩트한 차체다보니 회전반경도 5.25m라 차선 2개 넓이면 충분하다.

지프 어벤저는 오히려 도심에서 타기에 더 적합한 SUV였다. 작고 돌리기 편한데다 어느 곳이라도 운전해 들어가기 편했다. 페달 감각도 기민해서 가고 서며 도는 데에 불편한 감각이 없다. 문제는 ‘이것이 지프인가?’라는 것. 지프는 감성적인 차다. 차가 필요하면 국산차를 사면 될 터. 지프를 꿈꾸는 사람들은 정통 오프로더의 강인하고 지배욕을 충족시킬 법한 과감한 외모에 반했기 때문이다. 과연 어벤저가 이런 기대감을 충족시켰는지 모르겠다.
점유율이 높은 자동차 회사들마저 전기차는 판매가 녹록치 않다. 1년간 100대 한정판을 노릴 정도로 희소가치를 내세울 브랜드도 아닌데 지프 어벤저는 이런 분위기에 어쩌다 출시를 결정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넘치는 도전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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