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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한국적 색채로 그려낸 강렬한 리듬게임 ‘풍비박산’


플레이 방식도 독특하다. 리듬게임을 통해 요리를 만들고, 이를 요괴들에게 대접한다. 여기에 카툰처럼 그려진 매력적인 요괴 캐릭터가 더해져, 짧은 시간 플레이했음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이에 풍비박산을 만든 팀 PBBS와 접촉해 게임의 콘셉트, 기획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다.

팀 PBBS는 김성우 대표, 이종환 아트 담당, 장용희 프로그래머 세 사람으로 구성됐다. 소수의 팀인 만큼 장용희 프로그래머가 사운드 작업까지 맡고 있다. 김성우 대표는 "힘든 점도 많지만, 좋은 점에 집중하고 싶다"라며, "서로 취향을 빠르게 공유하고 긴 토론과정 없이 게임에 콘텐츠를 추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게임 '풍비박산'은 2021년 9월 처음 개발이 시작됐다. 그 전부터 아이디어 자체는 가지고 있었으나, 실제 빌드가 만들어 진 것은 2022년도였다. 이후 생업과 병행하며 게임을 만들었고, 2023년도에는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과 버닝비버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이후 2023년 12월 프로젝트를 잠시 중단했다.

타이틀명이자 배경이 되는 식당 이름이기도 한 '풍비박산'은 '하나도 온전치 못하고 모든 것이 사방으로 날아 흩어짐'이라는 부정적인 의미의 성어다. 김성우 대표는 "일도 잘 안 풀려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던 시기에 문득 떠오른 제목이다"라며, "왁자지껄하고, 일이 훌륭하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웃으며 보내는 모양새를 게임에 더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종환 아트 담당은 "타이틀명에 잘 어울리는 소란과 혼란이 더해진 게임으로, 검색했을 때 괴로운 분들의 이야기가 아닌 게임에 대한 내용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풍비박산의 주인공은 요괴들의 세계에 떨어진 인간이다. 세계관은 인간계와 요괴계가 완전히 분리되어있다는 설정으로, 주인공은 그 존재 자체로 신기하다. 물론 평범한 인간인 만큼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하는 요괴들의 장난은 그 자체로 위협이며, 전투원도 아닌 만큼 싸움이 벌어지면 몸을 피해야 한다.
주인공은 식당 ‘풍비박산’을 운영하며 리듬게임을 통해 요리한다. 설명만 들으면 다소 이상할 수 있는데, 등장하는 노트 박자에 맞춰 재료를 손질하고 합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쌀밥 레시피는 곡물, 곡물, 육수 순서다. 각 재료는 2개 화살표 커맨드 조합으로 만들 수 있는데, 곡물은 왼쪽 화살표, 오른쪽 화살표를 순서대로 입력해야 한다.


요리 하나를 제공하고 나면 요괴의 공격을 리듬게임으로 회피하는 일종의 '전투 파트'가 진행된다. 김상우 대표는 "요리를 하는 과정은 치열한 전쟁 같은 느낌이 든다"라며, "손님이 식당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를 치열한 공방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식사를 내는 과정은 공격, 손님의 밥 투정은 방어인 셈이다.



비주얼 측면에서 김성우 대표는 본래 반 실사 풍을 지향했으나, 이후 한국적인 카툰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배경 역시 기획 단계에서는 어두웠으나, 동양 고전풍 게임 다수가 이런 방식을 채택해 전반적으로 채도를 크게 높였다. 이후 외곽선, 그림자 등을 추가하며 배경과 캐릭터를 확실하게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 특유의 그래픽을 완성했다. 이종환 아트 담당은 "인디게임이 아니라면 이 정도로 과감하게 밝은 채도를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풍비박산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특유의 그래픽으로 구현된 요괴 캐릭터들이다. 체험판에는 여우 요괴 '여우', 저승사자 요괴 '저승이', 두억시니 '복슬이', 도깨비 '두두리', '점순이' 등이 등장했다. 각 캐릭터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저승이는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의 등장 인물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저승사자, 우울증, 공무원 영업직이라는 개성을 지녔다. 주변 효과나 음악도 이에 걸맞도록 음침하고 음울한 색 위주로 꾸며졌다.


캐릭터 배경 음악이나 독특한 기믹 역시 이런 성격에 기반해 제작됐다. 예를 들어 '두두리'는 박자 사이 사이 폭발 드론을 끊임없이 보내는데, 노트를 잘못 누를 때마다 화면을 어지럽히는 드론이 하나씩 추가되어 혼란을 더한다. 이종환 아트 담당은 "장용희 프로그래머에게 구현이 가능하겠냐고 물었는데 잘 만들어 줬다"라며, "진짜 방정맞고 정신 사나워서 정말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장용희 프로그래머는 "캐릭터가 숨을 쉬듯 조금씩 움직이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신경을 썼다"라고 전했다.


이런 캐릭터들은 다양한 애니메이션과 게임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종환 아트 담당은 "'팬티 & 스타킹 위드 가터벨트', '은혼', '헬테이커' 등의 아트를 참고했다"고 전했다. 김성우 대표는 "언더테일, 스콧 필그림 등 서양풍 요소에서도 영향을 받았다"라며, "이외에도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나 '1박 2일'을 참고해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나 광적으로 천진난만하고 긍정적인 캐릭터도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요소들은 게임 특유의 그래픽으로 자연스럽게 묘사됐다. 체험판에서 패배 시 만나볼 수 있는 선녀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을, 점순이 스테이지 클리어 연출은 유명 광고를 패러디했다. 음식을 낼 때 등장하는 실사 손은 '네모바지 스폰지밥'에서 영감을 얻었다. 김성우 대표는 예상보다 더 재미있게 나와, 주인공이 등장할 때는 항상 실사 손이 나오도록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사물놀이를 콘셉트로 한 두두리의 배경음악은 사물놀이에서 사용되는 타악기가 두드러지며, 타건음은 꽹가리다. 전투에서는 국악 장단이 연상되는 박자도 선보인다. 반면 강렬한 인상이 돋보이는 점순이는 이에 걸맞게 전반적인 배경음악에서 디제이 믹싱이 연상되며, 노트 타건음은 박수 소리와 턴 테이블 스크래칭이다.
풍비박산은 연내 체험판 출시, 내년 4분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서는 리듬게임을 중심으로 선보였으며, 출시 버전에서는 선택지를 중심으로 한 어드벤처 요소까지 더할 예정이다. 김성우 대표는 "게이머분들의 라이브러리에 한 자리를 차지하면 좋겠다"라며, "출시까지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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