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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정부 첫 한미외교수장 만남…뜨거운 감자 된 '주한미군 역할조정'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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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외교 정상 궤도 진입…한미동맹 방향성 제시

한국 패싱 우려 불식 속 한미 양국 온도차도 보여

고위관계자 "주한미군 역할·성격 변화 있을 수 있어"
조현 외교부 장관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국무부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외교수장 회담이 열리며 지난해 12·3 비상계엄 후 사실상 중단됐던 대미외교가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특히 '한미동맹 현대화' 논의와 맞물려 주한미군 역할 조정이 향후 양국 간 최대 외교 현안으로 부상할 조짐을 보인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워싱턴DC에서 회담을 갖고 "건설적이고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한미동맹, 한미일 공조, 한반도 긴장완화 등을 축으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 철학을 미국 측과 공유했다.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으며, 대북 공조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이로써 그간 우려됐던 '한국 패싱' 논란에도 다소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비핵화 원칙 재확인"…대북라인 복원 신호도

이번 회담은 계엄 이후부터 탄핵정국, 새 정부 출범까지의 상황에서 대미 라인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에서 나온 첫 외교 고위급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루비오 장관과 회담을 했었으나, 당시에는 사실상 상황 관리 차원의 만남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조현 장관이 외교 복원에 방점을 찍고 한미동맹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외교전의 복귀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은 북한의 핵 군축 주장에 맞서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며 공동 대응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미북 간 직접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이 배제되는 이른바 '한국 패싱' 우려를 불식시킨 측면도 있다.

다만 양국의 온도차도 감지된다. 우리 측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강조한 반면 미 국무부는 회담 보도자료에서 '대북 제재 이행'과 '북러 밀착에 대한 우려'를 함께 언급했다.

대만 해협 문제를 놓고서도 미 국무부는 "양측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다"고 전했지만 한국 외교부는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이라고만 표현해 중국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주한미군 역할조정, 외교 최대현안으로 부상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임무교대식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이번 회담서 눈길을 끈 대목은 '한미동맹 현대화'와 그에 따른 주한미군 역할 변화 가능성이다.

외교부는 "변화하는 역내 안보 및 경제 환경 속에서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전략적 중요성도 한층 높이는 방향으로 동맹을 현대화 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을 넘어 미군의 역할 변화 논의가 사실상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이 주목되는 점이다.

동맹 현대화란 한미가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맞춰 동맹을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다. 미국이 대중 견제 정책을 우선순위로 두면서 우리나라에도 동참을 요구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도 관련이 있다.

미측이 동맹국을 향해 역내 안보 책임 확대를 요구하고, 국방비 증액과 미군 주둔비용에 대한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동맹 현대화의 일환으로 꼽힌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전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은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변화의 요인으로 "국제정세 변화, 기술적 변화, 중국의 전략적 역할 확대" 등을 거론했다.

그동안 미국 측이 주로 언급해 온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왜 그러는지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국 역시 어느 정도 미국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음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주한미군 역할 조정은 향후 한미 정상 간 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미 양국은 외교 채널을 통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주한미군의 임무가 대북 억제를 넘어 역외 투입까지 확대될 경우, 한반도 유사시 공백 가능성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도 제기된다.

남중국해·동중국해 등 분쟁 수역에서 미군이 전개될 경우 북한 도발에 대한 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고, 중국과의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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