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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 뿐 아니라 플랫포머 고정관념도 부쉈다, 동키콩 바난자


때문에 닌텐도 스위치 2가 발표된 후 두 번째로 출시되는 퍼스트파티 타이틀이 동키콩이라는 점에 다소 실망스러웠다. 게임성 역시 파괴가 중심인 점은 신선했지만 쉽게 물릴 것 같았다. 연초 닌텐도 스위치 2 시연회 현장에서 실제 플레이한 동키콩 바난자 역시 수많은 오브젝트가 파괴되는 모습을 구현한 닌텐도 스위치 2 성능 쇼케이스처럼 느껴져 큰 무게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동키콩 바난자 개발진은 이런 무관심을 환호성으로 바꿔놓았다.
▲ 동키콩 바난자 소개 영상 (영상출처: 한국닌텐도 공식 채널)
동키콩과 폴린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이야기
동키콩 바난자의 주인공은 당연하게도 동키콩이다. 바나나를 몹시 사랑한다는 스토리가 그대로 반영되어, 지하 세계에서 바나나 모양 보석인 '바나몬드'를 열심히 캐고 있다는 설정과 함께 게임이 시작된다. 바나몬드는 보석이지만 그 맛은 최고의 바나나와 동일해, 동키콩은 바나몬드만 보면 부숴 섭취하려고 하는 등 욕망에 충실한 면모도 보여준다.
이런 지하 세계에 '보이드 컴퍼니'라는 이들이 침입한다. 이들의 목적 역시 바나몬드로, 이를 에너지로 가공해 행성 지하 깊숙히, 별의 중심이라는 곳으로 진입하려고 한다. 동키콩과 마을 원숭이들은 보이드 컴퍼니의 갑작스런 습격에 모든 바나몬드를 뺏겼고, 이들의 채굴 기지인 잉곳섬은 지하로 박힌다. 설상 가상으로 섬 일부가 보이드 컴퍼니가 설치한 이상한 물체에 의해 단단하게 바뀌어 파괴되지 않게 된다.


스토리의 핵심은 동키콩보다는 폴린이다. 폴린은 노래의 힘을 지녀 방향을 안내하고 변신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또 쉼터에서 잠을 잘 때는 '저기 타조는 못 날지 않아?' 등 귀여운 대사와 함께 미소를 짓게 만든다. 동키콩 단일 주인공이었다면 바나나를 찾는 단순한 목표였을 게임에 폴린의 스토리가 입체감을 더하며, 사실상 두 번의 엔딩을 통해 꿈을 찾는 그녀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플랫포머와 샌드박스 파괴는 일반적으로 함께 다뤄지지 않는다. 플랫포머는 주로 발판으로 점프하며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기본이다. 반면 샌드박스 파괴 방식은 오히려 발판을 시원하게 박살낼 우려가 있는 만큼, 둘을 합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동키콩 바난자는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동키콩은 두 주먹을 휘둘러 땅과 바위를 부수고 각종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이 파괴의 원초적인 재미와 손맛 자체가 뛰어나 목적지가 아니라 주변 지역에 주먹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기 어려울 정도다. 스테이지 역시 매우 광활하다. 메인 스토리를 위한 지역은 한정되어 있으며, 이외 지역은 돌아다니며 작은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챌린지 미션을 하거나, 주변을 박살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이외에도 천장을 부숴 빛을 비춰야 하는 구역, 발판을 부쉈을 때 숨겨진 장소가 나오는 퍼즐, 부숴 손에 들면 떠오르는 부유암, 한 쪽을 부수면 다른 한 쪽이 그만큼 차오르는 발판 등 파괴와 플랫포머를 완벽하게 조율한 창의적인 레벨 디자인에 매 순간 놀랐다. 다만 땅 속이나 암반 내부로 들어가면 시야가 제한되고 방향을 알기 힘들어, 이상한 방향으로 나올 수도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플랫포머의 꽃은 각 캐릭터가 사용하는 특수 능력이다. 동키콩 바난자에도 이런 능력이 있는데, 바로 '바난자'다. 동키콩이 폴린이 부르는 노래의 힘을 받아 두 가슴을 두드리며 강력한 동물로 변신해, 기존과 다른 액션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콩 바난자는 단단한 콘크리트 벽을 부수고 기를 모아 강한 주먹을 내지르며, 타조 바난자는 잠시 동안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다.
바난자는 플랫포머에서 새로운 움직임을 통해 재미를 더한다. 타조, 얼룩말, 뱀 바난자의 경우 이동의 제약을 없애주며, 콩과 코끼리 바난자는 장애물의 제약을 없앤다. 이전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스테이지 내 공간도, 물 위를 달리는 얼룩말이나 기류를 타고 날아오르는 타조 바난자를 활용하면 도달할 수 있다. 목적지를 제외하면 지나치게 넓어 보이는 스테이지 역시, 파괴와 탐험을 위해 체계적으로 설계됐다.


다른 바난자로 전환도 자유로운데, 때문에 이를 적극 사용하는 퍼즐이 나왔을 때는 난도가 상당히 올라갔다. 다만 각 바난자 능력이 매우 개성 있고 강력해, 이를 적극 활용하는 보스전의 경우 난도가 크게 내려갔다. 예를 들어 중후반부 등장하는 피카브루저는 코끼리 빨아들이기 능력을 사용하면 30초만에 보스전이 끝난다. 때문에 최종 보스와 모종의 이유로 바난자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중반부 보스가 가장 어렵다고 느껴졌다.


동키콩 바난자가 지닌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은 특유의 귀여우면서도 개성 있는 캐릭터와 세계관이다. 플레이어는 지하로 내려가며 서로 다른 종족들과 조우한다. 잉곳섬을 떠나 처음 도착한 수원에서는 또 다른 원숭이를, 이후에는 '쨍글루야'라는 보석으로 이뤄진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후에도 각 바난자와 동일한 타조, 코끼리, 얼룩말, 뱀 종족이 상당히 귀여우면서도 세계관에 깊이를 부여한다.
가장 중요한 종족은 바로 쨍글루야로, 게임 곳곳에 포진해 등장하며 분위기를 통일한다. 다른 종족들은 주먹으로 때려도 하이파이브를 하는 동작으로 대체되는데, 쨍글루야만큼은 맞으면 부서진다, 물론 곧바로 몸 전체가 재생되지만. 이외에도 상점이나 쉼터 제작, 편의 기능 공사, 미니 퀘스트 등에 지속적으로 쨍글거리며 등장해 특유의 귀여움을 뽐낸다. 순진무구한 생김새와 달리 돈을 꽤 밝히는 것처럼 보이는 점도 독특하다.


이외에는 전반적인 게임의 음악이 재미를 한 층 끌어올렸다. 전반적인 음악은 분위기에 맞지만 상당히 절제됐다. 대신 바난자를 처음 습득하기 위해 폴린이 노래를 부를 때와, 각 바난자로 변신할 때 흥겨운 음악이 계속해서 흘러나온다. 이외에도 각종 사물을 파괴하고 폭탄을 터뜨리거나, 적에게 주먹을 휘두를 때 타격음이 확실해 타격감을 보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