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 읽음
김용하 PD "미소녀게임 'AI 딸깍'으로는 못 만든다"


이러한 AI 활용은 현업 개발자에게도 고민해볼 영역이 아닐 수 없다. 넥슨게임즈 IO 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용하 블루 아카이브 총괄 PD가 24일 한성백제박물관 한성백제홀에서 열린 2025 콘텐츠창의인재동반사업 오픈특강에서 이에 대한 본인 경험을 전했다. 이번 특강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젬블로컴퍼니가 주관하는 창의인재동반사업 일환으로 마련됐다.
김용하 PD는 이 특강에서 ‘AI 시대의 미소녀 게임 개발’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서두에 그는 “캐릭터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 분들은 생성 AI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는다. ‘딸깍’으로 나온 그림에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에 저 역시 굉장히 거부감이 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 장르에서 AI에 어떻게 접근해야 될까를 고민해본 것에 대해 말씀 드리려 한다”라고 말했다.
게임 개발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거부감’ 외에도 현업에서 직접 콘텐츠를 뽑아낼 정도로 활용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김용하 PD는 “레벨 디자인을 AI가 해준다면 너무 좋겠다 싶어서 퍼즐을 만들어보는 것을 시키려 했다. 이에 박스를 옮겨 채워 넣는 소코반이라는 퍼즐 게임을 시켜봤는데 최신 모델도 난이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어려움을 느낀다는 점을 확인했다. 퍼즐을 푸는 것을 못하면, 만드는 것은 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모션캡처와 리깅(캐릭터 3D 모델이 움직이도록 뼈대를 넣는 작업)도 관련 논문을 보고 실제로 적용해봤을 때는 한계가 있었다. 김 PD는 “리깅은 애니메이션 전에 항상 해야 되는데 반복작업이라서 이걸 (AI가) 잘 할 수 있다는 논문이 있길래 해봤다”라며 “실제로 해보면 캐릭터가 움직일 수 없는 구조로 뼈를 이상하게 붙이는 것을 확인했다. 조금만 더 해보면 될 것 같아서 한두 달 정도 해보다가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요약하자면 생성 AI는 게임 개발 현업에는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구축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 PD는 “AI를 활용해서 개발한다고 하면 AI로 이미지도 그리고, 대사도 쓰고, 코딩도 해서 ‘딸깍’하면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게임이 스팀에 많이 올라와 있다. 이렇게 만든 게임은 잘 팔리지도 않고, 평가도 좋지 않고, 만드는 사람도 재미 없다. 이러한 게임 개발 방법론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넥슨게임즈 IO 본부에는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머신러닝 팀이 있다. 개발팀에서 필요할 만한 AI를 연구개발하거나, 기획 팀의 요청을 받아 타당성을 검토해보고, 실제로 구현해본 후 피드백을 반영해 쓸만하다고 판단하면 내부에서 툴로 활용하는 식이다. 개발조직에 필요한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소통을 돕고, 반복업무와 공정을 자동화할 방법을 마련한다. 이러한 과정은 개발자들이 사람의 창의력이 필요한 영역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이어서 AI로 유저와 캐릭터가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PD는 “한 가지 고민할 부분은 어떠한 질문에도 답을 하는 캐릭터라면 캐릭터성이 깨진다고 생각한다. 세계관 특성이나 캐릭터 성격상 말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 모든 질문에 답하는 것 자체가 캐릭터성을 망가뜨릴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약을 둬야만 캐릭터성이 나오고 플레이도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