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8 읽음
송언석 "혁신위 조기 구성"…김용태·비주류 반발
프레시안
0
6.3 대선 패배 후 당 쇄신 방안을 놓고 국민의힘 주류와 비주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양상이다. 친윤·영남권 주류는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당 혁신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소장파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친한계 등 비주류는 현 상황에서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5대 혁신안'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17~18일 이틀간 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선수(選數)별 간담회를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 대해 많은 분이 '출범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며 "조기에 (혁신에) 착수할 수 있도록 (혁신위를) 구성하는 게 좋겠다는 의원들 뜻에 따라 진행해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과반 득표로 선출된 이후 17일 초선·재선 간담회에 이어 이날 4선 이상 중진과 3선의원 간담회를 순차적으로 열었다. 당 의원단 107명 중 60명의 지지로 당선된 만큼, 다수 의원들의 의견을 업고 혁신위 구성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송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이 '혁신위는 개혁안을 공전(空轉)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공전시키는 게 아니다. 김 비대위원장의 고뇌에 찬 제안을 좀더 다듬고 확장·발전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반박하며 "혁신위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5대) 혁신안을 포함해서 혁신 방안을 논의하자는 의원들이 다수"라고 했다.

역시 김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5대 혁신안에 대한 당원 여론조사' 안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결론내리기는 다소 무리"라고 즉답을 피했다.

송 원내대표는 9월 정기국회 이전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안에 의원 대다수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전당대회 준비 과정은 최고위 의결 사항인데 지금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비대위원이 공석이어서 정치적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달 말까지인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끝난 후 새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거나 또는 송 원내대표 본인이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전대를 준비하겠다는 뜻이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그는 "그것도 하나의 '정치적 의사결정'이 될 수 있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이같은 주류 측의 로드맵에 대해 비주류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이 내놓은 '5대 혁신안'에 대해 당원 여론조사나 당원투표 등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즉각 추진하면 될 일을, 별도의 혁신위를 꾸린다는 것 자체가 시간끌기이거나 주류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1990년생으로 당내 소장파의 최선두에 서있는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혁신 의지가 강하면 지금 즉시 개혁안을 실행하면 된다"며 "혁신위를 통해 (혁신안을) 다시 공전시키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치는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하는 것"이라며 주류 측의 '혁신위' 로드맵은 오히려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9월 초까지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부당 교체 시도 진상규명과 당무감사 △당론투표 사안에 관한 당심·민심 반영 절차 구축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 5대 혁신안을 전격 제안했고, 주류 측이 이에 반발하자 '5대 혁신안을 당원투표에 붙이자'고 했었다가 다시 '당원 여론조사라도 시행하자'고 수정 제안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당원 여론조사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며 "제가 비대위원장으로 있는 동안은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개혁안에 대한 의지를 모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친한(親한동훈)계에서도 주류 측의 '혁신위' 로드맵에 대해 부정적 반응이 잇따랐다. 정성국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원투표를 받아들일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시간 끌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김 비대위원장 임기가 불과 12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송 원내대표가 굳이 응답을 하지 않는 식으로 간다면 (5대 혁신안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정 의원은 특히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를 놓고 "사실 '이번만큼은 수도권에 (원내대표를) 줄 것 같기도 한데' 이런 생각도 들었고 '언제까지 TK냐' 이런 생각도 했다"며 "변화와 쇄신을 말로는 하지만 정말 변화와 쇄신을 원한다면 송 원내대표에게 그런 많은 표가 갔다기보다 오히려 지금 이 상태에서 안정적인 방향이나 본인들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마음이 많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친한계 핵심 인사 중 하나인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작년 12월 12일 권성동 원내대표가 선출될 당시 권성동 72표, 김태호 34표였는데 이번에 송언석 60표, 김성원 30표, 이현승 16표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이 구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친윤 기득권은 무사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정치 무대에서 퇴장했지만 친윤은 건재하다. 친윤들 입장에서 보면 '사랑하는 님은 가셨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행복하다'"고 꼬집었다.

신 전 부총장은 송 원내대표의 '혁신위' 제안에 대해 "원내대표가 혁신위를 자기 마음대로 띄우고 자시고 할 권한이 없다"며 "그만큼 김 비대위원장이 우습게 보인다는 얘기"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의 현 상태를 보면 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분열은 하지 말자'? 그건 혁신하지 말자는 얘기"라며 "지금 국민의 힘에 필요한 것은 파괴적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장담컨대 혁신위가 만들어진다면 그 혁신위는 혁신을 뭉개기 위한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주류 인사인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요 근래에 국민의힘 구성원들, 현역의원들의 모습은 자유당 시절만도 못하다. 이승만 정권이 하야하고 난 뒤에 그 엄청난 세도가들, 권력자들이 다 군사법정에서 심판을 받고, 또 자진해서 폐족이 돼서 자연에 묻혀버린 게 허다하다"며 "뭘 잘했다고 아직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면서 여전히 똘똘 뭉쳐서 그들만의 세상을 살고 있으니 기가 찰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우리가 5년 만에 다시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자정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소장개혁파 김세연·김영우·김용태(김 비대위원장과 동명이인) 의원 등이 다 총선에 불출마했다"고 지적하고 "지금 이 친구들은 이렇게 철면피가…. 나는 이런 사람들 처음 봤다"고 했다.

그는 "친윤 세력들이 그대로 결집해서 송언석 의원을 밀었고 지금 밖에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영남 자민련이 됐다'는 비판이 많다"며 "김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5대 혁신안 정도는 아주 기본이다. 그 정도 기본도 못 받아들여서 당내에서 그렇게 엄청난 저항과 반발을 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나. 그러니까 20%대 지지율이 나오는 것 아니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송 원내대표가 혁신위를 구성해서 김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5대 혁신안을 혁신위에서 녹여보겠다고 하는 것은 한 마디로 '용두사미 만들겠다'는 생각이 다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우리끼리 좋은 게 좋아서 아무런 변화와 자정 노력 없이 그냥 이대로 제1야당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을 국민들이 용인하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