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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장비 구동하는 ‘두뇌’ CNC, 국산제품 나온다


기계산업에서 핵심 장비 중 하나로 꼽히는 CNC(컴퓨터 수치 제어기)의 첫 국산화가 이뤄졌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KCNC는 2019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CNC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CNC는 절삭, 밀링, 프레스 등 부품 가공 작업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컴퓨터 시스템으로, 주로 기계를 만드는 기계인 ‘공작기계’에 부착되어 사용된다. CNC는 기계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장비 중 하나지만, 개발 난이도가 높아 독일, 일본, 미국 등 3개국이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CNC 기술 개발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지던 201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CNC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제조업 전반의 생산라인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부는 CNC는 다양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동시에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국기계연구원을 중심으로 20개 이상의 관련 기업, 연구소, 학계가 참여하는 공동 개발 과제를 추진했다. 관련 기업들은 성공적인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위해 합작법인 KCNC를 설립했다.
KCNC는 5년간의 개발 끝에, 가공 오차와 표면 품질 등 주요 성능 지표가 선진국 제품과 유사한 수준의 CNC를 개발해냈다.
정부는 이번 CNC 개발이 국내 제조업 공급망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CNC 외산 의존도는 95% 이상이며, 국산 제품조차도 핵심 기술은 대부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개발을 계기로 2032년까지 국산화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 내수 및 수출 물량의 30%를 국산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2,0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KCNC가 제품 개발과 판매를 직접 맡고 있는 만큼, 신속한 애프터서비스와 맞춤형 제품 개발 등도 기대된다.
한편 KCNC는 다음 달부터 1년 동안 상용화를 위한 실증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실증을 통해 고속·반복 작업, 다양한 재료와 공구를 활용한 가공 등을 시험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장비의 내구성, 연구실이 아닌 실제 환경에서의 신뢰성 검증도 진행된다.
아울러 이번 실증 과정에는 CNC 구매 수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4대 수요 기업(DN솔루션즈, 위아공작기계, 화천기공, 스맥)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다. 이 중 3개 기업은 실증 결과가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구매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구매의향서’를 제출했다. 실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CNC는 제조 장비의 두뇌이자, AI 팩토리 등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핵심 요소”라며 “첨단 CNC 확보를 통해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