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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금 투자와 은 투자 [PB/WM칼럼]
웰스매니지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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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 둔화 우려 속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금 가격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오른 가격에 ‘지금 들어가도 괜찮을까?’라는 부담도 커진다. 이에 따라 금의 대체 투자자산으로 ‘은(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사한 자산처럼 보이는 금과 은, 얼마나 비슷하고 또 얼마나 다를까?

실물자산, 안전자산 그리고 달러 표시자산

금과 은은 모두 원자재로 분류되는 실물자산이며, 공급이 제한된 귀금속이다. 이 때문에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실물의 희소성이 부각되며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또 역사적으로는 재산 보존 수단이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 왔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거나 경기 침체 우려가 클 때 두 자산 모두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고 거래된다는 점도 중요한 공통점이다. 이로 인해 금과 은은 일반적으로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성향이 있다. 실제로 과거 경제 위기 국면에서 두 자산은 대체로 유사한 방향성을 나타냈다.

구조적으로 다른 수요의 성격

공통점이 많은 만큼 차이점도 분명하다. 가장 큰 차이는 수요 구조에서 나타난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전체 수요의 대부분이 보유 목적에 집중되어 있다. 주요 수요처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투자용 금융상품, 그리고 보석류 소비다. 특히 최근 금값 상승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로, 지정학적 리스크와 통화가치 하락에 대비하려는 목적이 크다.

반면 은은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이다. 전기·전자 부품,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되며, 이 때문에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금이 ‘불황에도 강한 자산’이라면 은은 ‘경기가 강할 때 더 강해지는 자산’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수요 구조의 차이는 가격 변동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은 비교적 안정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는 반면, 산업재로 활용되는 은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급등락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2010년 1월부터 2024년 말까지의 장기 흐름을 보면, 금은 140% 이상 상승한 반면 은은 약 67% 상승에 그쳤다.

이와 대조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산업과 경기에 대한 반등 기대감이 커졌던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는 오히려 은이 80% 이상 급등하며 동기간 23% 상승한 금과 3배 이상의 수익률 차이를 기록했다.

지금은 금일까, 은일까?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금과 은 중 어떤 자산이 더 매력적일까? 가격 측면에서는 은이 상대적으로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금 1온스로 은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금은비(Gold-Silver Ratio)’는 최근 100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금은비가 60~70 수준에서 유지되어 왔다는 점과 20세기 이후 금은비가 100을 초과한 사례가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평균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다면 금과 은의 가격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은은 금보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의 리스크 감내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

금과 은, 함께할 때 더욱 빛나는 조합

결국 금과 은은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특성과 역할을 가진 자산이다. 대체 자산 중 금은 자산을 지키는 ‘방어형 자산’, 은은 자산을 불리는 ‘공격형 자산’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자산을 지키는 금과 자산을 키우는 은을 적절히 조합한다면 분산 효과를 높이고, 시장 국면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투자 성향과 시장 전망에 대한 판단이다. 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면 금 중심의 배분이 유리할 수 있고, 경기 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은의 비중을 늘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같은 듯 다른, 그러나 함께라면 더 강력한 금과 은. 지금이야말로 이 두 자산의 조합을 포트폴리오에 어떻게 담을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 본 기사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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