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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혐오표현 반대의 날…한국선 안창호 인권위·김민석 총리후보 비판도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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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8일 ‘국제 혐오표현 반대의 날’을 맞아 혐오 표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국에선 인권 수호의 최후 보루가 되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 새 정부의 국무총리 후보자를 향한 비판도 나왔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UN) 사무총장은 18일 “혐오표현은 사회라는 우물의 독”이라며 “인공지능(AI)을 혐오의 도구가 아닌 선의의 힘으로 사용할 것을 다짐하자”고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늘날 혐오표현은 AI에 의해 증폭돼 어느 때보다 빠르게 널리 퍼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편향된 알고리즘과 디지털 플랫폼이 유해한 콘텐츠를 확산시키며 새로운 괴롭힘과 학대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글로벌 디지털 협약’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할 길을 제시한다. 이는 인권과 국제법에 기반해 온라인 상의 혐오에 맞서는 더 강력한 국제 협력을 촉구한다”며 “혐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 시민사회, 민간기업, 종교 및 지역사회 지도자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유해한 담론에 긍정적 메시지로 맞서고 사람들이 혐오 발언을 인식하고 거부하며 맞설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유엔의 혐오표현 대응 전략과 실행계획이 길잡이가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정보 무결성에 관한 글로벌 원칙’ 또한 강조했다.

국내에선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도 국제 혐오표현 반대의 날을 맞아 “혐오표현이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문제임을 우리 모두가 엄중히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며 성명을 냈다.

안 위원장은 “공론의 장에서 표출되는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함으로써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훼손한다. 혐오표현은 단순한 발화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자 우리 사회의 안정과 평화 유지, 다양성과 포용성 확장의 걸림돌”이라로 규정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과거 재난과 참사, 여러 사건 속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해 왔다. 그리고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 전후로 극심한 정치적, 사회적 갈등과 대립 속에서 혐오에 기초한 차별과 폭력을 선동하고, 지지를 호소하거나 상대방을 검증한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혐오표현을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였다는 우려와 비판이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서 혐오표현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실행하며,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태도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 개인이 갖는 여러 속성으로 인하여 누구나 혐오표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만큼, 개인과 기업, 시민사회 등 사회 구성원 모두 혐오표현을 경계하고 단호한 대응에 함께 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당부했다.
다만 안 위원장 자신이야말로 ‘혐오표현’을 확산시킨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부터 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같은날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이 안 위원장을 향해 “​자신의 책을 통해 ‘차별금지법이 에이즈 등 질병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선동했고, 작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동성애는 공산주의 혁명의 핵심 수단’이라는 망언까지 내뱉은 바 있다”고 지적한 뒤, “‘자진 사퇴’ 없는 국가인권위원장의 성명은 새빨간 거짓말이자 우리 국민들에 대한 참담한 기만이요 능멸”이라고 비판했다. 최근에도 안 위원장의 인권위가 14일 서울퀴어퍼레이드에 처음으로 공식 부스를 운영하지 않아 논란을 샀다.

홍 대변인은 또한 지난 대선 TV토론회에서의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후보(현 국회의원) 발언 문제를 두고도 “전국민이 이준석 당시 개혁신당 대선후보의 끔찍한 언어 성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며 “온 국민이 입을 모아 ‘이준석 퇴출’을 강력히 명하고 있는 이유”라고 했다. 이 의원을 제명하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현재 58만 명을 넘어섰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7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잘못된 사실에 기반해 발언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어떤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가’란 취지의 질문에 “차별금지법을 본인의 인권과 관련해 절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나 있고, 자신의 개인적인 또는 종교적인 신념에 기초해서 차별금지법을 비판할 때 자신이 처벌받는 것 아닌가 하는 절박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며 “이 두 가지 본질적인, 헌법적 목소리에 대한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현재까지 발의된 차별금지법에 형사처벌 규정은 없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8일 김 후보자 발언을 두고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혐오 표현이나 차별 행위에 대한 처벌보다는 시정 조치와 교육 그리고 차별의 예방에 중점을 둔다. 우리 일상 속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차별을 ‘차별’이라 명명하고 이를 해소하고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약속을 제도화하려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가 지난 2023년 기독교계 단체 주최 행사에서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했을 때 인류가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고 발언한 일을 두고는 “특정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낙인이자 명백한 차별이다. 그의 발언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하단느 것을 방증한다”며 “국제앰네스티는 새 정부가 ‘절박한 삶’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평등한 국정 운영을 펼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국제 혐오표현 반대의 날은 유엔이 지난 2021년 혐오표현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강조하면서 지정한 유엔 공식 기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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