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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시위대 폭력성 강조하는 미국 ‘보수 유튜브’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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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에 반발하는 로스앤젤레스(LA)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위를 통제할 수 없다는 ‘보수 유튜브’의 일방적 현장 중계가 사람들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정파성을 가진 미디어가 사실을 왜곡하며 트럼프 정부의 군 투입 등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인플루언서와 온라인 크리에이터에 의해 LA 시위가 증폭되고 있다」 기사를 냈다. NYT는 “특정 크리에이터의 중계가 기성 언론보다 더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이들의 게시물이 ‘바이럴’ 효과를 봤다”고 했다.

NYT는 “그들이 만든 임시 기자 헬멧과 조끼를 착용한 채 많은 스트리머(대부분 보수 성향)들은 하루 종일 취재 현장을 생중계하고 엑스, 트위치,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영상을 게시했다”며 “트럼프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과 일론 머스크와 같은 억만장자들이 이 영상들을 확산시키면서 시위대의 폭력이 ‘통제 불능’이라는 주장을 퍼뜨리는 데 힘을 보탰다”고 했다.
실제로 보수 인터넷매체 ‘투데이 이즈 아메리카’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25살의 캠 하비는 친구와 함께 시위를 최전선에서 생중계했다. 내용을 보면 캐런 배스 LA 시장이나 뉴섬 주지사 등 민주당 측 인사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뤘다. NYT는 “최근 며칠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하비의 게시물은 보도와 옹호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며 “분노를 유발하기 위해 ‘LA에는 주방위군이 필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복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크리에이터도 현장을 중계했지만 규모 면에서 보수 성향 크리에이터들의 수가 더 많았다고 NYT는 전했다. LA 현지 언론인 앤드류 캘러헌은 NYT에 일부 크리에이터들이 정파성을 띠고 있음에도 ‘독립언론’이라는 이름표를 붙이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앤드류 캘러헌은 “조직이 없으니 독립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인센티브 구조를 보면 기성 언론의 것을 따르고 있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왜곡된 프레임과 낚시성 제목을 사용한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고 비판했다.
시위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각종 허위정보도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고 있다. 미국 팩트체크 매체 폴리티팩트에 따르면 시위 기간 불길에 휩싸인 경찰차 영상이 엑스에서 확산됐다. 하지만 팩트체크 결과 이는 2020년 흑인 인권 운동(블랙 라이브즈 매터) 때의 영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군중이 ‘우리는 로스앤젤레스다’라고 외치는 영상도 시위와 연관된 것처럼 퍼졌지만 실제로는 로스앤젤레스 갤럭시 축구클럽 팬들의 응원 영상이었다.

지난 6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이 LA 다운타운 내 불법 이민 노동자들이 밀집한 곳들을 급습하며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이후 도심에서는 이민자들이 구금된 연방 구금센터 건물 등을 중심으로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초반 격앙된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인 충돌도 발생했고 방화, 약탈 등 일부 범죄행위도 발생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4000명과 해병대 700명을 소요 진압 명분으로 LA에 투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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