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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인터뷰] ‘K팝에 새로운 질감’을 칠하는 VVS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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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S, 사진=MZMC
현재 K팝 신에서 이른바 ‘빅4(하이브, SM, JYP, YG)’로 불리는 대형 기획사가 차지하는 매출액은 전체의 50%가 넘으며, 빅4 외에 밀리언셀러를 보유한 기획사(스타쉽, 큐브, KQ, 웨이크원, INB100 등)까지 더하면 그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7~8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에 등록된 업체가 50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대략 상위 2%의 기획사가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나머지 98%의 업체는 20%의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셈이다.

링은 좁은데 도전자는 많으니 당연히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점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중소기획사에서는 기존의 시스템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도전을 통해 자신만의 활로를 개척하는 데에 성공한 사례도 존재한다. 이른바 ‘중소돌의 기적’이다.

지난 4월 MZMC에서 선보인 걸그룹 VVS (리원, 라나, 브리트니, 지우, 아일리) 역시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팀이다.

먼저 VVS가 속한 MZMC라는 회사부터 독특하다. MZMC의 수장은 K팝 기획사에서 보기 힘든 서양인으로, 미국 출신 프로듀서 폴 톰슨(Paul Thompson)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폴 톰슨은 프로듀서로서 태연, 엑소, 레드벨벳, NCT, 강다니엘 등의 곡을 작업하며 K팝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는 하지만, 교포나 혼혈 등이 아닌 순수 미국 출신이 직접 대표로서 K팝 기획사를 설립해 걸그룹을 론칭한 것은 분명 보기 드문 사례다.

라나는 “대표님이 미국인이라 영어도 가깝게 느끼고, 미국의 음악, 문화 등을 친숙하게 느끼고 있다. 또 트레이닝 외에도 미국 문화 수업이나 음악적 흐름, 역사 등도 알려줘 지금 이 음악을 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게 많다”라고 폴 톰슨을 치켜세웠다.

이러한 배경을 지니고 있는 VVS인 만큼 이들의 음악과 활동 전략도 일반적인 K팝 신인 걸그룹과 꽤 결이 다르다.

VVS 스스로가 자신들을 표현하는 슬로건으로 ‘K팝의 새로운 질감’을 내걸었을 정도다.

일례로 VVS가 데뷔 당시 보여준 트레일러는 영화 ‘킬빌’이나 ‘존 윅’을 연상케 하는 할리우드식 액션을 선보여 기존 K팝 그룹과는 다른 감성을 보여주었다.

브리트니와 아일리는 “다른 배경의 멤버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만나 하나로 빛난다는 내용을 표현하려 했다. 그래서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담으려 했고, 최대한 영화같이 찍으려고 했다. 실제로 ‘존 윅’의 액션 감독이 촬영에 참여했고, 대표님이 참고할 레퍼런스로 ‘킬빌’을 추천해 주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브리트니·아일리·지우, 사진=MZMC
영상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음악이다. 많은 최근 K팝 신인그룹이 이지리스닝 계열의 가벼운 팝 장르나 최근 유행하는 하이퍼 팝 계열을 데뷔곡으로 선호하는 것과 달리 VVS는 강렬한 비트의 힙합 계열의 곡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데뷔곡 ‘Tea’와 최근 발매한 ‘D.I.M.M.’은 뮤직비디오 기준 러닝타임이 각각 4분 10초와 5분 47초로, ‘3분도 길다’라는 말이 당연시되고 있는 K팝 트렌드와는 확실히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적 방향성은 폴 톰슨과 VVS 멤버들 간에 처음부터 의견이 일치한 결과물이다.

아일리는 “(그룹의 결성 전에) 대표님이 노래를 들려주고, ‘(음악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가겠다. 이게 바뀌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게 우리의 생각과 잘 맞아서 그룹이 결성되고 데뷔를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브리트니는 “러닝타임이 긴 것도 VVS라는 그룹의 음악색과 멤버 각각의 개성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렇다. 차근차근 우리의 것을 하려고 한다. 나는 오히려 중소 기획사에서 나오는 그룹이 더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색다른 것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색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것이 우리 정체성이다. 열심히 우리 무대를 하는 게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VVS의 음악적 특징 덕분에, 실제로 유튜브 등에는 이들의 음악에 집중한 리액션 비디오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아일리와 지우는 “우리끼리 리액션 비디오를 챙겨보고 있다.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들어주고 좋아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 특히 비트까지 세세하게 분석해 준 분들도 있어서 정말 감동이고 영광이다. 앞으로도 우리 음악성을 뚜렷하게 보여주려고 한다”라고 힘을 줘 말했다.

이처럼 아직 발매된 싱글과 곡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VVS의 음악색은 비교적 뚜렷하다. VVS 역시 그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더해 ‘새로운 질감’을 계속해서 늘려나갈 계획이다.

아일리는 “앞으로 활동을 하면서 좀 더 다양한 장르가 추가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베이스는 힙합이다. 그 안에서 이지리스닝, 발랄, 강렬 등등 다양한 걸 할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브리트니는 “발표된 곡뿐만 아니라 새로운 곡도 많이 준비됐고, 지금도 매일 새로운 곡을 듣고 있다. 올해 우리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라나(위)·리원, 사진=MZMC
음악과 더불어 VVS에서 한 가지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멤버다. 팀 내 유일한 일본인 멤버인 라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댄스 대회 SDF(Summer Dance Forever)에서 ‘힙합 포에버 월드와이드(Hiphop Forever Worldwide)’ 부문 우승을 차지한 이력이 있다.

K팝 걸그룹을 통틀어 댄스 실력으로는 첫손에 꼽을 만한 실력자인 것이다. 실제로 라나는 일본 댄스계에서는 상당한 유명 인사다.

라나는 “SDF는 전 세계에서 많은 댄서분들이 모이는 대회다. 댄서라면 무조건 아는 그런 대회다. 프리스타일 댄스 배틀에 나가서 우승을 했다. 일본의 다른 댄서들과도 친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 중인 오사카 오죠 갱의 멤버 키타데라 우와가 친한 선배다. 출신지가 같은 건 아니지만, 그쪽 (댄스) 스타일을 좋아해서 친해졌다”라고 말했다.

라나의 실력은 곁에서 직접 지켜본 멤버들이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라나에게 댄스를 배우기도 하냐는 물음에 브리트니와 아일리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 아니다. 같이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우리끼리 춤을 추는 데도 너무 멋있다”라고 엄지를 치켜들기에 바빴다.

팀의 리더 브리트니의 경력도 눈에 띈다. 미국의 명문 디자인 학교인 뉴욕 파슨스에 합격했지만, VVS로 데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브리트니는 유명 K팝 기획사 연습생으로 지낸 경험도 있으나, 최종적으로 VVS에 합류하게 됐다.

브리트니는 “사실 예전 연습생으로 있을 당시 다른 꿈이 생겨 데뷔를 접으려고 했었다. 그래서 연습생 생활을 정리하고 대학 진학을 준비했는데, 우연히 지금의 대표님을 만났다. 그때 대표님의 생각과 내가 하고 싶었던 방향성이 맞아서 다시 데뷔를 결심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VVS, 사진=MZMC
그렇게 차근차근 멤버들이 모이고, 이제 새로운 길을 향한 VVS의 여정이 시작됐다. 그리고 VVS 멤버들은 때론 빠르지만 급하지 않게, 때론 느리지만 늦지 않게 걸음걸이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라나와 아일리는 “아직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기도 했고, 당장의 성공에 집착하기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즐기자는 마음이다. 당장은 조금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열심히 앞을 보고 걸어가려고 한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목표로 하던 곳에 도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 말처럼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면 도달하지 못할 목적지는 없다. VVS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길이 과연 어디에 도달할지 궁금증이 커진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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